금연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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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년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비흡연자의 권리를 우선으로 하는 공공장소의 혐연권 인정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직장에서 투표로 사무실 안의 흡연을 금지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어 애연가의 처지가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서울K사의 경우 지난 1월초 간부회의에서 「사무실 안에서의 금연」이 결의된 이후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자율적으로 이 수칙이 지켜져 오고있다.
시행 며칠 후 일부 애연가그룹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그때 아예 사원투표를 실시, 50%이상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은 세계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애연국민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가 금연운동을 시작한 지난64년 이후 84년까지의 국가별 흡연추세변화조사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흡연증가율은 10년간 45%나 늘어나 이집트(1백35%)·케냐(48%)에 이어 흡연증가율 세계3위를 차지하고있다.
특히 최근의 추세는 남성의 흡연이 줄고 있는데 비례해 여성의 흡연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
리스PR조사연구소가 지난1월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5대도시 거주 남녀 (13∼59세) 2천1백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흡연율은 지난해보다 2·1% 떨어진 61·2%였지만 여성 흡연율은 4·6%나 늘어난 19·8%여서 여성의 흡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담배가 주는 건강상의 각종해악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데도 흡연양이 느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애연가그룹이나 심리학자들은 그 결론으로 우리나라사람들, 특히 한창 활동할 연령층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안정감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담배를 피우는 것 이라는 것.
그러나 최근 일본 홍전대 「오야마」교수 (마취과) 의 연구결과는 흡연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오야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면 체내 혈중의 이른바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초조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비흡연자 21명과 흡연경력 4∼10년의 상습흡연자 23명을 대상으로 해 핏속의 뇌하수체 부신피질호르몬·코티졸·베타ELI·프로락틴·아드레날린·놀아드레날린 등의 스트레스관여 호르몬의 변화를 관찰했다.
첫번째 실험은 상오9시부터 하오1시까지 5회(매시간) 양군의 호르몬치를 비교한 것으로 흡연자의 혈중 아드레날린·놀아드레날린등의 스트레스호르몬양이 계속 상승하다가 5회째(하오1시) 에는 급격한 증가를 보였는데 이것은 흡연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기보다는 오히려 가중시킨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오야마」 교수는 해석했다.
특히 흡연자만을 대상으로 한 금연·재흡연 실험은 담배를 끊었다 다시 피우면 정신건강에까지 해롭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흡연자그룹에 상오8시50분쯤 담배2개비를 피우게 한 후 하오1시까지 금연토록 한 결과 아드레날린등은 물론, 코티졸·프로락틴등의 호르몬도 모두 급격한 상승을 보여 지속적인 흡연 때보다 훨씬 스트레스 가중치가 높게 나타난 것. 「오야마」 교수의 이 같은 결과로 애연가들의 주요 흡연변명 요소가 상실되고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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