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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좀비의 기원은? 좀비PC, 좀비 회사원, 폭염 좀비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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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에 등장하는 좀비들.

좀비 재난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이 흥행 몰이 중이다.

29일 현재 관객 수 7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제이슨 본’의 성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추세라면 이번 주말 1000만 관객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개봉했던 할리우드 좀비 영화 ‘월드워Z’의 관객수 520만은 이미 넘어선 상태다.

부산행에 등장하는 좀비는 월드워Z에 나오는 좀비들과 습성이 매우 유사하다. 날쌔고 잘 뛰고,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을 보면 물어 뜯으며, 한번 물린 사람은 즉시 좀비가 된다. 뇌가 없어 생각을 하지 못한다.

좀비란 말의 어원은 원래 서인도제도 아이티의 부두교 흑마술사들이 사람들에게 사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약을 먹였다가 다른 약으로 다시 살려낸 후 환각상태에 빠진 이들을 노예로 부렸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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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포스터.

현재와 같은 좀비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68년 미국의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흥행에서 성공하면서다. 하지만 당시 좀비는 현재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사람의 절반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당시 영화 속 좀비의 보편적인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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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시선생2`의 한 장면.

중국의 '강시'도 좀비처럼 움직이는 시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강시는 원래 변방에서 만리장성 건설 등을 위한 군역을 하다가 굶어죽거나 얼어죽은 시체를 말한다. 이 시체들을 고향으로 운반하기 위해 주술사가 시체를 한 줄로 세워 멀리 이동하게 했다고 한다.

죽어서 굳은 시체라서 무릎을 굽히지 못하고, 양발로 콩콩 뛰어 움직인다. 청나라 때 소설에도 강시가 등장하는데 소설 속 강시는 눈에서 붉은 빛이 나고 송곳니와 손톱이 길다.

이런 모습의 강시는 1980년대 홍콩 영화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다. 홍금보 주연의 80년 영화 ‘귀타귀’와 85년 영화 ‘강시선생’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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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웜 바디스`의 한 장면.

미국의 좀비 영화 ‘레지던트 이블’ ‘웜 바디스’ ‘나는 전설이다’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좀비라는 말은 국내외에서 널리 쓰이게 됐다.

2013년 여름 전력대란으로 전국 곳곳의 공공기관 전기 공급이 차단되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앉아있는 공무원들은 한때 ‘폭염 좀비’라고 불렸다.

‘좀비 PC’라는 말도 있다.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돼 PC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컴퓨터를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좀비라는 말을 무기력한 회사원을 가리키는 말로도 자주 쓴다. 2014년 미국의 취업 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는 휴가나 사생활 없이 일만 하는 회사원들에게 “좀비가 되기 싫으면 도망가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송원섭 JTBC 드라마 기획 CP는 “좀비, 즉 살아있는 시체에 대한 개념은 오래 전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동양에선 시체를 일으키는 주술에서, 서양에선 부두교의 흑마술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60년대 이후 영화를 통해 현재와 같은 형태의 좀비가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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