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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우, 일상 속 안전 불감증 일깨우는 잡지 무료 배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오래 살고 볼 일이다’펴내는 심준우
다 쓴 부탄가스 캔 구멍 뚫어 폐기 등
디자인 회사답게 그래픽으로 설명

야외로 캠핑을 갈 때 향이 강한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냄새에 민감한 벌이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사용한 부탄가스 캔은 구멍을 뚫어 분리 수거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벌에게 둘러싸인 여성, 텐트 안에서 떨고 있는 아이 등 알록달록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겼다. 디자인 스튜디오 ‘써니아일랜드’가 격월간으로 펴내고 있는 안전문화 매거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최신호 ‘캠핑 안전’편에 실린 내용이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써니아일랜드’는 기업 브랜딩, 그래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컨설팅 전문회사다. 2012년 회사를 연 심준우(35) 대표가 ‘오래 살고 볼 일이다’를 구상한 것은 2014년 초. “우리가 가진 디자인 능력을 활용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프로젝트였다. 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그림·그래픽 자료와 함께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다.

첫 호를 준비하던 중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너무 큰 비극이다 보니 ‘내가 안전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있나’ 고민하게 됐어요. 하지만 이 작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확신을 하게 됐죠.” 그해 여름 식중독편을 시작으로 계절마다 불조심, 어린이 등굣길, 가정 내 안전사고 등을 주제로 한 포스터 형태의 리플릿을 펴냈다. 올해 초부터는 관련 인포그래픽, 전문가 인터뷰 등을 함께 담아 격월간 매거진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

심 대표가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였다. 제대 후 고향인 대구에 머물던 그는 사고 당일 일을 보러 중앙역 인근에 나갔다가 아비규환을 목격했다. “사고 당시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 수습이나 관리도 엉망이었죠. 한동안 안전 이슈가 크게 주목받는다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더라고요.” 이후에도 비슷한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며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를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특히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안전한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오래 살고 볼 일이다’는 무료 잡지다. 매회 3000부를 제작해 관련 기관이나 지정 배포처에 보낸다. 구독을 원하는 개인에게는 배송료만 받고 발송해 주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콘텐트가 더 쌓이면 어린이 교육용 안전 매뉴얼 북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전문가들과 협력해 안전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관광지도에 ‘이 도로에선 서행 운전하라’거나 ‘낙상 조심’ 등 안전수칙을 함께 적어주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놀이터·교통 등 생활 속 이슈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폭넓게 다룰 계획이다. 심 대표는 “디자인으로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며 “‘안전’ 두 글자가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까지 ‘즐거운 의무감’으로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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