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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상대방 PC 화면 고스란히 볼 수 있게'…악성프로그램 제작·유포 조직 검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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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게임을 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훔쳐 볼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만들어 게임 이용자들에게 되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악성프로그램을 만든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황모(42)씨와 오모(32)씨, 김모(32)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를 유통한 이모(34)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전국 800여개 PC방의 7만여대 컴퓨터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또 이를 통해 얻은 실시간 게임 화면 정보를 사기범들에게 넘겨 5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악성프로그램 제작자인 오씨를 경북 구미에서 2014년 소개받았다. 오씨와 김씨는 황씨에게 악성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생활비와 부친의 병원비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완성된 프로그램은 김모(34)씨가 전국 PC방에 퍼뜨리기로 했다.

오씨는 집 근처 PC방에서 컴퓨터를 좀비화 시킬 방법을 찾던 중 해당 PC방에 상대방의 게임화면을 볼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이 이미 위장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게임화면이 황씨 등에게 전송되도록 추가로 조작했다. 이후 해당 PC방을 운영하는 PC방 관리업체 A사 산하 500여곳 PC방의 4만여대 컴퓨터를 모두 좀비화했다.

A사 측이 피해를 알아챈 후에도 범행은 계속됐다. A사가 악성프로그램을 삭제하고 보안을 강화했지만 오씨는 A사 자회사 홈페이지에서 관리자 계정 등을 해킹한 뒤 지난 3월28일부터 5월 29일까지 3만342대 컴퓨터를 추가로 좀비화했다.

이후 오씨는 매일 30만원씩 받는 조건으로 악성프로그램을 이씨에게 팔았고, 이씨 등은 이를 실제 게임을 하는 게임 사기범들에게 재판매했다. 경찰은 이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해 황씨 등이 얻은 수익이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가담한 일당은 한사람당 적어도 5500만원에서 최대 2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비슷한 범죄가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전국 PC방 관리업체들이 컴퓨터 보안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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