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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쇄신 노린 대폭승진|급변하는 여건에 맞춰 서둘러 매듭지은 대기업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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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업계의 인사바람이 일찍 불었다.
기업측에서 보면 올해가 그 어느해보다 중요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안정된 입장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을 서둔 때문인 듯 하다. 올해는 선진국 경제동향·유가·외환·해외건설 등 정초부터 경제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측에서도 바쁠 때는 바쁜 대로 인사를 빨리 끝내야 되는 것이다.
이미 뚜껑을 연 삼성·현대·럭키금성 등 대그룹의 인사는 주로 승진위주로 이뤄졌다. 사기진작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사에는 음지도 있는 법.
일부 임원들은 자리바꿈을 하거나 퇴임하기도 했다.
○…지난달25일 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은 정재은 삼성전자사장의 부회장승진을 포함, 1백25명의 임원승진이 있었다.
정사장의 승진은 전자업계에서 발군의 경영실적을 보인데 대한 격려이고 전자부문에 부회장제를 도입한 것은 경영체제를 강화하여 첨단기술산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경영포석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이나 하듯 이번 임원급 승진에서 전자반도체·코닝 등 전자관계사가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삼성중공업 쪽에 부문별 부사장제를 도입하는 등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목표달성을 위해 애쓴 17명의 임원승진이 있었던 것도 이번 인사의 특색.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한때 제일제당과 중앙개발사장을 겸임했던 이종규사장이 물러났고 삼성물산사장 자리를 계속 공석으로 두고있다.
○…올들어 인사개편의 첫테이프를 끊은 현대그룹은 지난달8일 1백10명에 달하는 대폭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의 인사가 한라건설의 문책인사로 뚜껑을 열었던 점과 견주어볼 때 올해는 잔치집 분위기인 현대는 지난20일부터 대미수출을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인사(20일 예정)를 남겨놓고 있는데 상당수의 승진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같은 승진인사는 지난해 고희를 넘긴 정주영회장이『그동안 해낸 것보다 앞으로 10년간 더 많은 일을 해내겠다』는 강한 경영의욕을 보이면서 그룹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게 현대 내부의 견해다.
다만 현대그룹은 사장급 이상의 경영진의 인사는 거의 손을 안대고 있다.
정세영자동차사장, 이춘림중공업회장, 이명박건설사장, 박영욱종합상사사장 등 거물급 경영인은 물론 정회장의 2남인 몽구씨가 현대정공·강관·자동차서비스사장을, 3남 몽근씨가 금강개발·현대백화점사장을, 4남 몽우씨가 한국포장건설사장을, 5남 몽헌씨가 현대전자와 현대상선사장을, 6남 몽준씨가 중공업사장을, 7남 몽윤씨가 현대화재보험부사장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숫자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보인 그룹은 럭키금성이다.
표면상으로는 2개사 사장의 퇴임, 4개사 사장의 전보 및 겸임정도로 그쳤지만 럭키금성의 쌍두마차 격인 금성사와 (주)럭키의 사장간 자리바꿈, 구본무씨의 기조실부사장 승진, 문책인사성격이 강한 일부 사장의 퇴진 등은 평소 럭키금성의 보수적인 인사성격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성사 허신구사장을 럭키사장으로, 구자학럭키사장을 금성사사장으로 맞바꾼 것.
내부적으로는 어떻든 대외적으로는 럭키금성그룹중 럭키가 들어간 쪽은 구씨 계열이, 금성이 들어간 쪽은 허씨쪽이 맡는 것을 관례(?)로 느껴왔던 터라 이번 인사가 갖는 내용변화는 적지 않다는 평이다.
작년 12월초 럭키금성그룹의 오너그룹9명(구씨계열 7, 허씨계열 2)이 모인 회의에서 금성사와 금성전기가 최근 수년간의 업적분석결과를 놓고 적잖은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그룹내제조업체중 최대고 그룹전체외형의 20%가까이를 차지하는 금성사경영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펀 이번 인사에서 금성전기의 김용승사장과 럭키엔지니어링의 홍성언사장이 물러났다.
연초 구자경회장이 사석에서『사람만 좋고 기업경영을 엄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물러나게 하겠다』고 말했던 것과 두사장의 퇴진은 관계가 있다는 풀이들이 많다.
럭키금성은 이와함께 작년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구자경회장의 장남 구본무씨를 1년 만에 기조실부사장으로 승진시켰는데 이는 지난해로 환갑을 넘긴 구회장의 뒤를 이을 3세승계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대우그룹의 올해 2월주총 전후 인사는 조용한 가운데 규모도 소폭에 그칠 전망.
김우중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4∼5년 이상을 두고보며 경영성과를 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해온 데다 작년에 사장급을 포함, 1백32명의 대폭적인 승진인사가 있었기 때문. 또 내년이 창업20년을 맞는 해여서 제2의 창업운동과 새분위기 조성을 위한 경영개편이 그때쯤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밖에 그룹내 최고브레인인 최명걸부회장을 기조실장을 겸직케 하고 홍인기기조실장을 워싱턴주재 미주본부장으로 전보하는 보충인사를 작년l2월에 했다는 것도 대우의 올해 소폭인사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올2월말 주총을 계기로 인사를 단행할 선경그룹은 예년수준인 30명 정도 선에서 승진과 자리바꿈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창업주의 장남이자 최종신회장의 조카인 최윤원선경합섬전무(36)의 거취에 인사의 관심이 쏠리고있다.
○…이밖에 한진그룹도 올해 임기가 끝나는 임원24명중 3∼4명 정도만 바뀌는 소폭에서 그칠 것으로 전해졌다.
쌍룡그룹도 작년12월에 10명 규모의 중역급 인사를 실시해 2월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두산·효성 등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의 경우 최근 인수한 백화양조의 주총을 4일 열어 두산컴퓨터사장인 민병준사장이 백화사장을 겸하게됐다.
한펀 정아(구명성)그룹과 한양유통을 인수하고 최근 라면시장에 새로 뛰어든 한국화약그룹은 7∼8명의 사장급을 교체하는 등 폭넓은 인사를 계획하고있어 임원급의 인사가 상당한 폭이 되리라는 예측이다.

<박태욱·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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