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트디노바
러시아 대표팀의 도핑(금지약물 복용) 파문에도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의 경쟁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손연재(22·연세대)는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23)와 동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회전 여왕’ 손연재·리자트디노바
리듬체조 메달 놓고 치열한 경쟁
손연재, 올해부터 다리 펴고 돌아
난이도 높여 개인최고점 잇단 경신
리자트디노바, 실수없는 연기 장점
올 5차례 맞대결서 4번 이겨 우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4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를 심의했다. 결국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리듬체조 등 다른 종목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한다. 리듬체조 세계랭킹 1~3위는 모두 러시아 선수들이다. 마르가리타 마문(21), 야나 쿠드럅체바(19),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8) 등이다. 올림픽에는 국가별로 2명만 출전하기 때문에 러시아 선수들이 불참하면 세계 5위 손연재가 금메달 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마문과 쿠드럅체바가 올림픽에 나오기 때문에 손연재의 현실적인 목표는 동메달로 재수정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손연재가 5위, 리자트디노바는 10위를 차지했다. 이후 4년 동안 두 선수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올해 마문과 쿠드럅체바가 출전한 대회에서 리자트디노바가 대부분 3위를 차지했고, 손연재의 순위는 주로 4위였다. 5개 월드컵 대회 중 손연재가 리자트디노바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건 2월 핀란드에서 열린 에스포 월드컵이 유일했다. 손연재의 개인 최고 기록(74.900점)도 리자트디노바(75.150점)에는 0.25점 모자란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벨라루스·6위)도 복병이지만 손연재의 최고 라이벌은 역시 리자트디노바다.
리자트디노바는 우크라이나에서 ‘국민 여신’으로 불린다. 2015년 우크라이나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에서 성장한 손연재와 달리 리자트디노바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리듬체조 코치인 엄마가 설립한 아카데미에서 다섯 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한 리자트디노바는 1m72㎝·52㎏의 쭉 뻗은 몸매를 자랑한다. 1m65㎝·45㎏의 손연재보다 체격조건이 좋아 비슷한 연기를 해도 정확성과 예술성이 더 높아 보인다.
손연재
리자트디노바는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기술위원장은 “리자트디노바가 올 시즌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른 건 베를린 월드컵 볼 종목에서였다. 당시 16점대 점수를 받았다”며 “4개 종목 모두 정확한 연기를 하는 선수다.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손연재와 리자트디노바는 모두 회전 연기를 잘한다. 손연재는 올해 코어(허리·복근 등) 근육을 단련한 덕분에 회전을 할 때 흔들림이 적어졌다. 특히 9~10회전을 도는 포에테 피봇을 강화했다. 지난 시즌까지 한쪽 다리를 축으로 세우고 다른 다리를 굽혀서 돌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리를 펴서 도는 고난이도 기술로 발전시켰다. 이 덕분에 1회전 당 배점이 0.1점에서 0.2점으로 늘어났다. 9회전 성공시 1.8점, 10회전 성공시 2.0점을 받는다. 손연재는 후프·볼·곤봉·리본 등 4개 종목 모두에 포에테 피봇을 넣었다. 여기에 표정 연기까지 더해 표현력을 높인다는 게 손연재의 전략이다.
리자트디노바는 리듬체조의 대표 기술인 ‘퐁쉐 피봇’을 가장 잘한다. 한 다리를 축으로 세우고 다른 다리를 뒤로 180도 들어올려 도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발바닥으로 지지하고 회전 연기를 한다.
손연재도 퐁쉐 피봇을 할 때 발바닥을 바닥에 붙인다. 반면 리자트디노바는 발끝으로만 지지하고 회전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발끝 회전은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1회전 당 배점이 0.5점이다. 리자트디노바는 각 종목에서 3~4회전을 돌아 1.5~2.0점을 받는다.
이경화 JTBC3 FOX Sports 해설위원은 “손연재와 리자트디노바 모두 ‘회전의 여왕’이다. 경기 당일 충분한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누가 더 축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회전하느냐에 따라 점수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리자트디노바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종목인 곤봉과 리본에서 힘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체력훈련을 열심히 한 손연재는 마지막 리본 연기를 할 때까지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경기는 다음달 19~21일 열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