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통과 교류로 풀어야 할 한·중 사드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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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직설적이다. 그제 밤 라오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한국의 행위가 양국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 “유감이다” “한국이 양국 관계 수호를 위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 왕이의 사드 성토 발언은 통역 없이 1분여 넘게 계속됐다. 그가 얼마나 격한 상태에 있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윤병세 장관은 “풀을 뽑으려면 먼저 그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剪草除根)”는 성어를 인용해 사드 문제의 근본 원인이 북한 핵(核)에 있음을 지적했다.

한·중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모양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양국 외교장관회담이 처음 성사됐다는 데 이번 만남의 의미가 있다. 과거 갈등이 생기면 중국은 그 불편한 심기를 한국과의 접촉 기피로 표현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오해는 커지고 사태는 꼬이기 마련이었다. 우리 외교관 사이에선 “중국이 벽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엔 사드 갈등이 불거진 후 보름여 만에 양국 장관이 만나 대화를 했다. 왕 부장이 “우리가 동료이므로 의사소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평가할 만하다. 갈등을 해소하는 최상의 방법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엔 갈등과 공유 이익이 공존한다. 어느 게 크냐에 따라 양국 관계가 결정된다. 한·중은 서로 나누는 이익 관계가 훨씬 더 크다. 사드 갈등을 잘 봉합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사드 문제가 다른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한·중 모두 노력해야 한다. 최근 대구 치맥축제에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가 당초의 참가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은 놀랍다.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아니면 양국 분위기를 감안한 칭다오시 자체의 판단인지는 불분명하나 사드 갈등이 양국의 이런 민간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한·중 사드 갈등은 소통과 교류로 풀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