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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사라진 우주 강의 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챌린저호의 폭발참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뉴욕시의 한 병원에서는 병실에서 TV중계를 보던 간호원 몇 명이 복도로 뛰쳐나와 아무나 붙잡고 챌린저호가 폭발 중인 TV화면을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켰으며, 시카고 무역위원회와 상업 교환소에서도 이 소식이 전해지자 거래가 거의 중지됐다.
챌린저호 승무원 가족들은 28일 귀빈 관람석에서 챌린저호가 공중으로 치솟는 모습을 보고 환호하다가 그 순간 우주선이 폭발, 바다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할말을 잃고 비탄에 빠졌다.
뉴 햄프셔주의 국민학교 여교사인 그리스타·매클리프 씨 부모는 자랑스러운 딸이 타고 있는 챌린저호가 39-B 발사대를 장엄하게 박차고 하늘로 치솟아 오를 때 환호성을 올렸으나 발사 75초만에 우주선이 폭발하자 공포의 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 역시 숨죽인 싸늘한 침묵에 휩싸이고 말았다.
한 부인은 『오!하느님』 하고 탄식했으며 다른 부인은 『저러면 안돼』하고 울부짖기도 했다.
「매클리프」씨 부모는 밝은 오린지 빛 불덩어리가 우주선의 몸통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완전히 넋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부모들은 이 우주선의 파편들이 계속 지상으로 쏟아져 내릴 때 절망의 눈빛을 하늘에서 떼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울부짖으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계속 하늘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잃고 말았다.
이들을 따라 나온 친구들이 위로를 하고 NASA직원들이 비탄에 잠긴 부모들을 다른 사람들과 떼어놓기도 했다.
이들 부모들은 하늘에서 파편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사라져가는 모습을 수분 동안 지켜보고는 기절해 버려 동료 및 NASA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관람석에서 나오기도 했다.
한편 다른 전망대에서 발사현장을 바라보던 관람객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 채 말을 잃고 말았으며 발사 수초 전까지 재갈거리며 기쁨을 금치 못했던 학생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챌린저호 발사광경은 TV로 미전국에 중계돼 수천만 시청자들이 플로리다의 푸른 하늘에서 챌린저호가 거대한 불덩어리로 변하는 모습과 흰 연기를 끌며 파편이 바닷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화면을 통해 직접 목격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사고 후 즉각 보고를 받았지만 사실은 발사 순간 TV중계를 보지 않고 있었다.
「스피크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언제나 우주선발사중계를 보는 편이지만 이번 비행만은 4차례나 발사가 연기되는 바람에 혹시 또 연기되지나 않나 해서 보지 않았다고 설명.
「스피크스」 대변인은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 받은 후 「낸시」여사와 함께 TV재방송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았으며 「낸시」여사가 먼저 『하느님, 이럴 수가…』하며 고개를 감싸 안았다고 전언.
NASA관리들은 파편이 45분 동안 계속 쏟아져 내렸다고 전언.
폭발 직후 먼저 2개의 보조추진 로키트가 분리됐으며 이어 연기와 섬광 파편이 하늘을 어지럽게 날았다.
이번 비행에서 최초의 민간인으로 탑승한 뉴햄프셔주 콩코드 고등학교 사회과목 교사인 「크리스타·매클리프」씨(37·여)는 비행 4일째에는 인류 최초로 「우주강의」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매콜리프」 교사의 우주강의는 지난 84년 「레이건」대통령이 선거유세 당시 전통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교사노조의 표를 끌기 위해 약속했던 선거공약이었다.
「매콜리프」 교사는 전국에서 지원한 1만1천1백46명의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초의 우주교사 자격을 획득했었다.
15분씩 두 번의 강의를 할 예정이었던 「매콜리프」 교사는 우주선 탐승에 앞서 『학생들에게 무중력의 개념을 실명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이번에 실험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게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매콜리프」 교사의 우주강의는 전국 국민학교 및 중·고등학교에 생방송되며 콩코드고등학교와 아이다호주 매켈-도넬리국민학교에서는 특별히 설치된 통신강치를 통해 우주에 있는 「매콜리프」 교사와 질문을 주고받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녀가 우주 적응을 위해 NASA에서 고된 훈련을 받는 동안 변호사인 남편 「스티븐」씨와 스코트(9), 캐럴라인(6) 두 자녀와 떨어져 있었지만 남편이 자신의 임무를 잘 이해해 주고 있었으며 아이들도 엄마가 우주에 갈 것을 기대하며 위로해 줘 결코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매콜리프」 교사는 영국의 로이드 보험회사에 1백만 달러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이 보험회사의 한 대변인이 28일 발표.
다른 6명의 승무원은 미정부가 이미 보험에 가입해둔 것으로 밝혀졌다.
미 뉴햄프셔주 수도 콩코드시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인구 3만의 이 작은 도시는 28일 전체 시민들의 최대의 자랑으로 생각하던 미국 최초의 민간인 우주선 탑승자를 잃었다. 『불가능에의 도전』. 챌린저호 폭발사고로 숨진 크리스타·「매콜리프」 교사가 가장 좋아했다는 이 표어가 이곳 깁슨 서점의 창문에 붙어있는 채 이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비탄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 옆에는 우주복을 입은 「매콜리프」의 사진이 붙어 있고 실내등이 모두 꺼져있는 깁슨서점의 굳게 닫힌 문에는 『「그리스타」에게 애도와 경의를 표하기 위해 폐점한다』고 씌어있다.『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나를 비롯한 콩코드 시민 어느 누구도 웃음을 떨 수가 없으며 하루아침에 이곳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깁슨서점 점원 「베드·맥류어」양의 말이다.
챌린저호 발사순간을 학교 강당에서 대형TV를 통해 지켜보던 콩코드 고교 학생들의 폭발순간의 울부짖음은 오랜 기간 콩코드 시에 메아리쳐질 것 같다.
챌린저호의 폭발사고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권가는 28일 예상되는 금리 인하조치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챌린저호 폭발사고가 보도된 직후 챌린저호 선체를 제작한 로그웰 인터내셔널사 주식은 2포인트 이상 급락한 후 다시 소폭으로 반전, 주당87.5센트가 떨어진 34.38달러에 거래됐다.
또 챌린저호의 로키트 추진체 제작회사인 모든 디오콜사 주가는 2.5달러가 떨어진 34.38달러에 매매가 이뤄졌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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