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웅장한 엔딩,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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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생상스는 모두 5곡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3곡만 남아있죠. 1번과 2번은 연주가 좀처럼 되지 않기에, 3번이 그의 대표적인 교향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상스는 프랑스 작곡가이지만, 이 곡은 영국과도 관련 있습니다. 런던 필하모닉 협회가 생상스에게 위촉했기 때문입니다. 원숙기인 51세 때 완성했습니다.

1886년 5월 19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 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생상스가 지휘봉을 잡고 이 곡을 초연했습니다. 이날 생상스는 피아노 앞에 앉아 아서 설리번의 지휘에 맞춰 베토벤 협주곡 4번도 협연했다 합니다.

이 곡을 접한 런던의 반응은 엄청났다고 하죠. 1년 뒤 파리에서 이 곡을 연주했을 때는 더욱 열광적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생상스 교향곡 3번은 2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각 악장을 다시 두 개의 부분으로 구분했습니다. 따라서 전체를 놓고 보면 일반적인 교향곡 형식인 4개의 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체 네 부분 가운데 3·4악장에 해당하는 두 부분에서 오르간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오르간 교향곡’이라고 부릅니다.

3악장에 해당하는 포코 아다지오에서는 감미롭게 흐르는 오르간 소리를 바탕으로 화려한 현악 선율이 절정에 이릅니다.

4악장 격인 피날레 마에스토소에서는 관악기의 팡파르 사이로 오르간 연주와 함께 푸가가 시작됩니다. 웅장한 엔딩 부분에서는 모든 악기가 오르간의 일부가 된 것처럼 하나가 돼, 눈부시게 찬란한 선율을 뿜어냅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의 연주로 피날레 마에스토소를 들어보시죠. 올리비에 라트리가 오르간 연주를 맡았습니다. 이 곡이 초연됐던 도시,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BBC프롬스 실황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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