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파문에…모든 서랍장 안전성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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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외에서 이케아 서랍장이 넘어져 사망 사고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정부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케아 서랍장 제품을 모두 조사하기로 했다. 국내에는 서랍장 안전기준이 없어 강제 수거(리콜)와 제품 판매 중단 명령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사고로 미국서 잇단 사망
기술표준원, 안전기준 만들기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수입 제품을 포함한 국내 유통 중인 서랍장을 모두 조사해 가구가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기준을 새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안전성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기준을 채우지 못한 제품은 리콜과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9일 이케아 서랍장에 대해 자발적 리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캐나다는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는 해당 정부의 방침에 따라 판매까지 중단시킨 상황이라 “한국에서만 반쪽 리콜이 내려졌다”는 비난을 샀다. 국표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보고된 사망사고가 없는 데다 가구가 넘어지는 상황에 대한 기준이 없어 판매 중단까지 내리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가구 안전기준을 만들어 추가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콜은 2014년 2세 남아가 서랍장이 넘어져 숨진 사건부터 시작됐다.

당시 아이 어머니가 인터넷에 사망 소식을 알리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올해 2월 미국에서 유사한 사고가 또 터지면서 불매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는 장치가 제품에 같이 판매되는 데다 설치하도록 안내도 했다”고 해명했던 이케아도 서랍장 2900만 개를 리콜하고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서랍장 사고는 아이가 1층 서랍을 밖으로 빼고 올라선 뒤 차례로 2층과 3층 서랍을 열면서 주로 일어난다. 서랍장 윗면에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같은 무거운 가전제품을 올리면 사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미국에서는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서랍장이나 텔레비전을 벽면과 이어주는 이음장치를 달자는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케아가 미국에서만 쩔쩔매는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서지 않으면 상당한 배상액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 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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