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불 대통령 우파내각과 공존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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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주원상특파원】「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나는 남이 내민 손을 걸대로 뿌리치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오는 3월16일 실시될 하원 총선이 현 야당인 우파정당의 승리로 끝날 경우 「미테랑」 대통령이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를 암시하는 말들이다.
하원을 우파가 장악, 보수우파의 내각이 탄생하게 되더라도 「미테랑」 대통령은 우파내각과 「공존」대통령으로 계속 남아 자신의 고유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이야기다.
총선이 실시돼 결과가 밝혀지기도 전에 총선 이후의 정국이 이처럼 최대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사회당이 다시 승리하리라는 계산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실시된 6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3·16 총선에서 공화국 연합 (RPR)·프랑스 민주연합 (UDF) 의 보수우파 연합이 총 5백77석 가운데 절대 과반수를 넘는 3백53석을 차지해 하원을 장악하게 되고 사회당이 1백21석, 공산당이 45석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기타 여론조사들도 마찬가지로 RPR·UDF연합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81년5월21일 실시됐던 지난번 총선에서는 총4백91석 중 사회당이 2백83석을 차지해 공산당 (43석) 의 도움 없이도 의회 내 절대안정 세력을 이루었고 우파연합은 l백45석에 불과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제의 일부도입으로 지난 총선 때보다 의석수가 늘어났다.
이렇듯 우파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고있는 현재의 싯점에서 총선 이후의 가장 있음직한 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좌파 대통령과 우파내각의 좌우 「공존」.
「미테랑」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존중, 우파지도자 가운데서 수상을 임명, 우파내각이 탄생되리라는 전망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좌우 「공존」 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우파 지도자들의 견해는 약간씩 다르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이며 프랑스 정치인 가운데 인기도가 가장 높은「레이몽·바르」 전 수상은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이 패배하면 「미테랑」 대통령은 당연히 사임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 「지스카르」전 대통령 (UDF) 은『「공존」 이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실이 요구하면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크·시라크」파리 시장 (RPR)도 「지스카르」 전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이다.
우파의 수상 후보자로는 현재 「시라크」시장,「자크 샤방-델마스」전 수상 (RPR) ,「지스카르」 전 대통령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좌우공존은 아니었더라도 의회 세력관계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대통령과 수상 (내각) 이 공존했던 경우는 프랑스 정치사상 얼마든지 있어왔다.
다만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대통령과 수상의 권한다툼이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직접 선출된 경우는 그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많다.
「지스카르」 전대통령은 우파가 승리하면 「미테랑」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의 책임자 일수 없으며 다만 헌법이 규정한데 따라 국가원수로서 공권력의 정상적인 기능을 보장하는 역할만을 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은『절대로 나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외교와 국방만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는 강경 자세다.
「미테랑」 대통령의 새 의회해산 가능성도 좌우공존과 함께 총선 이후 정국향방의 한 갈래로 예상되고 있다.
좌파의 총선 패배로 우파내각이 등장, 공약대로 사회당정부가 국영화 했던 기간산업과 은행들의 민영화를 추진하면 대통령이 내각의 책임을 묻는다는 형식으로 의회를 해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의회해산 후 실시될 재 총선에서 사회당이 다시 패배하면 「미테랑」 대통령은 정치도의상 하야할 수밖에 없다.
현행 대통령 임기 7년이 너무 길다며 5년으로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는 「미테랑」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단축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민들의 상당수가 대통령 임기단축에 찬성하고 있는 터여서 이 국민투표에서 성공할 경우 「미테랑」 대통령의 주가가 다시 올라가 그의 재선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는 일이다.
예상대로 이번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한다면 81년5월10일 52.03%의 지지를 받아 「지스카르」후보 (47.96%)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 제5공화국 23년만에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던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 5년 기간 중 최악의 곤경에 처하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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