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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사랑하는 스위스제 시계…대북 제재 후 북한 수입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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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2년 8월, 부인 이설주와 공개 석상에 나타나 돈독한 모습을 과시했다. 부부의 왼쪽 손목엔 검은색 가죽 밴드의 ‘커플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스위스 브랜드인 모바도(MOVADO) 시계다.

#2. 지난해 4월,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 또다른 스위스 명품 시계를 차고 나타났다.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치는 그의 왼쪽 손목에서 반짝인 시계의 정확한 브랜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억원을 호가하는 명품인 것으로 분석됐다. 역시 스위스제다.

이렇듯 김정은의 스위스 시계 사랑은 각별하다. 그러나 지난 4차 핵실험(1월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7일) 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여파로 스위스제 시계 수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스위스시계산업협회(FHS)를 인용, 지난 5~6월 스위스 시계 대북 수출은 전무했다고 22일 전했다.

학창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김정은은 스위스산 에멘탈 치즈와 와인 애호가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또 핵심 엘리트 계층에게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선물 정치’에도 스위스제 시계를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해 1~6월엔 모두 451개의 스위스제 시계와 핵심 부품인 무브먼트(작동장치) 9개 등, 모두 7만5512스위스프랑(약 8700만원) 상당의 스위스 시계가 북한으로 반입됐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뒤 북한의 스위스제 시계 수입액은 기존 5만9947 스위스프랑(2010년)에서 21만6423스위스프랑(2012년)으로 약 네 배 뛰었다.

지난 5월 스위스가 대북 독자제재를 위해 수출 금지 사치 품목으로 시계ㆍ캐비어ㆍ와인 등을 선정하기 전인 1~4월 중에도 모두 87개의 스위스제 시계가 북한으로 반입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은 개인적으로도 스위스제 시계를 애호하지만 권력층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도 스위스제 시계를 활용해왔다”며 “대북 제재로 김정은의 선물정치에도 차질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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