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1회 완충 시 199.8km … 소음 50데시벨 ‘조용한 사무실’ 수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기사 이미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전기차 경쟁이 불 붙었다. 현대차는 2020년께 최고급 전기차를, 한국GM은 볼트 등 전략 차종을 들여온다. 르노삼성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아직까진 출시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하반기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무기는 친환경차 전용 모델로 개발한 ‘아이오닉’(IONIQ) 일렉트릭이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 191㎞를 자랑하는 국산 전기차다. 복합연비가 1킬로와트시(kWh) 당 8㎞에 달한다. 지난 14일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시승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직접 타보니

외관은 기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기차답게 라디에이터 그릴이 뚫려있지 않은 것 정도가 특징이라고 할 만 했다. 쭉 뻗은 어깨선과 날렵하게 치켜 올라간 뒷 꽁무늬가 아반떼를 쏙 빼닮은 아이오닉 운전석에 올라탔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기어봉이 없다는 점. 기어봉 대신 D(Drive·주행)·R(Reverse·후진)·N(Nuetrality·중립)·P(Parking·주차) 버튼을 누르는 식이었다. 팔걸이에 손을 얹고 자연스레 기어봉을 잡던 운전습관 때문에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계기판은 단순 명료했다. 엔진 분당 회전수(RPM) 게이지를 생략했다. 대신 파워(PWR)·에코(ECO)·충전(CHARGE) 게이지가 눈에 띄었다. 웬만큼 달리면 에코, 세게 밟으면 파워,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충전 게이지 눈금이 올라가는 식이다. 계기판엔 충전까지 189㎞ 남았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보통 5~6칸인 주유(충전) 눈금은 무려 18칸이었다. 충전에 대한 불안감을 의식해 눈금을 세분한 듯 했다.

시승 코스는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서울 고덕동의 한 카페까지 이르는 왕복 60㎞구간. 현대차는 “강동에 사는 직장인이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는 상황을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전기차답게 소음·진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멈춰 있을때나 고속으로 달릴 때나 마찬가지 느낌이었다. 외부 바람소리와 노면 소음만 미세하게 들릴 뿐이었다. 시속 80㎞로 달리는데 소음 수준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더니 50데시벨(dB)로 나왔다. ‘조용한 사무실’ 수준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땐 충전 게이지 눈금이 올라갔다. 전기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배터리를 충전한다. 일명 ‘회생제동’이다. 회생제동 수준은 운전대 옆에 달린 ‘패들 시프트’(보통 수동 변속시 쓰는 장치)로 0~3까지 조작할 수 있다. 3으로 설정했을 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울컥거림이 느껴졌다. 반면 0으로 설정하면 일반 자동차처럼 울컥거림없이 그대로 미끄러져 나가는 식이었다. 회생제동시 일부 하이브리드차는 ‘지잉’ 소리를 내곤 하는데 그 소리마저 안 느껴졌다.

외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비슷
계기판 주유눈금 18칸으로 세분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구간에 들어서자 1kWh 당 8㎞를 넘나들던 연비가 6㎞까지 쭉 떨어졌다. 30㎞쯤 달리자 연료 게이지도 두 칸 떨어졌다. 전기차 구매자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은데다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운데 조작부에 ‘EV’(전기차) 버튼을 눌렀다. 이어 뜬 ‘충전소 검색’ 탭을 누르자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가 검색됐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고자 하는 운전자에게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트’ 모드로도 달려봤다(이 차엔 노멀·스포트·에코 모드가 있다). 운전대가 묵직해지며 확실히 치고 나가는 맛이 느껴졌다. 올림픽대로 천호대교 인근에서 페달을 꽉 밟아봤다. 130㎞까지 무리없이 눈금이 쭉쭉 올라갔다. 과거 시승했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보다 주행성능이 더 낫다는 느낌이었다.

60㎞ 거리를 2시간 30분 동안 달려 다시 여의도 서울마리나로 돌아왔다. 주행 내내 에어컨을 17도로 맞춰놓고 중간 세기로 틀었다.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하며 시속 130㎞까지 밟아도 보고 정체 도심 구간도 달렸다. ‘연비 주행’으로선 별로인 조건으로 달렸다는 얘기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kWh 당 7.4㎞. 역산해보면 1회 완충시 199.8㎞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191㎞까지 달린다는 공인 복합연비를 뛰어넘었다. 이날 한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는 같은 구간을 1kWh 당 13.6㎞의 연비로 주행했다. 역산하면 1회 완충시 367.2㎞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에어컨을 끈 채 시속 50㎞ 속도로 ‘연비 주행’한 결과다.

현대차는 “연비 뿐 아니라 주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정할 만 했다. 2020년까지 글로벌 친환경차 2위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다짐이 ‘허언’(虛言)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