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결별한 「나이키」와 한판 승부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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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업계도 이제 외국 상표에만 매달리는데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나이키」가 회사 이름인지 상표인지 혼동할 정도였는데 신발 메이커인 (주)화승은 나이키와 뗄 수 없는 관계였으나 결별키로 했다.
국산 고유 모델로 캐나다에 수출한 포니를 둘러싸고 서로 「내 상표」라고 주장하는 고소 사태까지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고유 상표를 붙인 화장품이 미국에 많이 수출되고 있다.

<말못할 수모 많았다>
화승이 미국 나이키사와 결별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1천5백억원 규모의 국내 스포츠 용품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화승은 결별 이유에 대해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 매출액의 3%나 되는 높은 로열티를 물면서 기술제휴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우선 강조하고 있지만 나이키사에 대한 불만이 더 큰 이유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사실 화승도 나이키와 불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가죽이나 원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으니 수출 단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해도 나이키측은 최대의 바이어라는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올려 주기는 커녕 오히려 깎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판매 부진으로 인한 수지 악화분을 물량 축소 위협을 무기로 화승측에 전가시켜 왔다는 것.
또 나이키의 강력한 경쟁 업체인 리벅사에 대한 수출이 그게 늘자 물량에 간섭하는 등 화승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수모를 받아 왔다고 한다. 더구나 외국 브랜드라는 점 때문에 일어나는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고려, 이제는 자체 브랜드로도 승산이 있을 만큼 기술 수준에 자신 있다고 보고 나이키와 손을 끊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화승은 86년 매출 목표를 내수 3백50억원(85년 2백90억원), 수출 3억4천만달러(2억9천만달러)로 오히려 85년보다 늘려 잡고 있다. 「르까프」라는 자체 브랜드로 조금도 거리낄 것 없이 적극적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할 수 있고, 「카이트」란 자체 브랜드로 서울올림픽 공식 공급권을 딴 가방 부문에서 1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수출에서도 리벅에 대한 수출이 1억8천만달러(85년 1억2천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고 그 동안 물량이 달러 공급을 못했던 바이어들도 많기 때문에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의 견해는 다르다. 교복이 부활하는 등 국내 여건 자체가 전과는 다르고 88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나이키가 한국에서 철수할 전망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로는 당분간 종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사실 나이키는 삼양통상과의 제휴를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화승은 당분간 국내에서조차 나이키 브랜드와 한판 싸움을 벌여 나가야 할 판이다. 어제의 제휴 관계사가 오늘의 적으로 변한 셈이다.
화승이 주문을 받아 많이 수출하고 나이키 상표와 라이벌 관계인 리벅은 원래 영국 신발 메이커인데 현재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기존 메이커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리벅은 천이나 화섬 재료 대신 얇은 가죽을 소재로 한 운동화와 캐주얼 겸용으로 신발을 만들어 지난해에 대히트,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이키와 화승의 결별은 나이키의 리벅에 대한 시기심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엑셀엔 포니 명칭 안 써>
옛날에는 파트너였던 현대자동차와 미 포드사가 「포니」브랜드의 사용 문제로 캐나다 시장에서 맞고소 사태를 벌이고 있다.
먼저 제소한 측은 현대자동차였는데 작년 여름 포드사가 새로운 소형차를 캐나다 시장에 내놓으면서 「에스코트 포니」라는 브랜드를 붙여 시판하자 이에 대해 현대측이 자기네 고유 브랜드인 포니 사용은 불가하다고 현지 법원에다 고소했던 것.
현대측은 고소장에서 『포니로 구축한 캐나다 시장에서 포드사가 부당하게 편승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 캐나다 시장에서의 에스코트 포니 명칭 사용을 중지 시켜 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뒤이어 포드사가 『원래 포니는 지난 80년까지 자사 제품인 핀토형 승용차에 쓰여지던 이름이니 독점적인 상표권은 오히려 자기네들에게 있음』을 주장하면서 맞고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측 관계자는 『옛날 파트너였던 관계도 있고 현재 막후교섭도 진행되고 있어 원만한 타협이 예상된다』면서 양쪽이 같이 포니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는 선이 되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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