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데 돈 많이 써 한국상품 비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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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욕지역 한국경제인 모국상품 구매사절단은 14일 하오 무역회관에서 열린 「미국시장 확대진출을 위한 세미나」에서 국내 수출업체들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 참석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다음은 발언요지.
◆김학수 뉴욕 한인경제인협회 고문(UN 경제계획관)=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면서 60년대에는 케네디 라운드를 통한 관세장벽 제거에, 70년대에는 동경 라운드를 통한 비관세장벽 제거에 노력해왔으나 80년대에는 무역외거래인 서비스부문, 즉 금융·보험·지적소유권 등에 중점을 두고 이 분야에 대한 장벽제거를 시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의 서비스업종 종업원 수가 전체의 50%를 넘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주의의 개념도 「자유」가 아닌 「공정」으로 바뀌고 있으며 교역상대국에 대해 종전의 수출자제요청의 방위적 형태에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공격적 형태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보호주의에 대응키위해서는 미국을 보다 잘 이해해야 한다. 미국인은 시장질서를 존중하며 철저한 준법정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제반 법규를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또 타협과 협상을 좋아하는 그들에게 논리를 바탕으로 큰소리를 쳐야한다. 따라서 미국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포 실업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미국의 우리 시장 개방요구에 대해 우리도 건설용역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 등 2차적 정보원에서 벗어나 좀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김차옥씨(뉴욕 동진무역 대표)=대만이나 홍콩의 임금은 한국보다 30%정도 비싸지만 상품은 오히려 싸다. 그 이유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쓸데없는데 돈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이나 홍콩에 가보면 공장과 개인 집이 따로 없고 가족 중심의 기업경영을 하는 곳이 많다.
사장이라고 일하지 않고 상무라고 승용차나 굴리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에는 원가에서 간접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또한 대만과 홍콩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행하고있는 상품과 똑같은 복제품이 즉시 나온다. 그만큼 해외시장정보에 빠르다. 또 미국에서 유행하는 상품의 견본을 보내면 한국업체는 먼저 얼마나 주문할 것이냐고 묻는다.
2백만∼3백만 달러가 안되면 필요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만이나 홍콩은 양을 묻지 않는다. 1천 달러고, 2천 달러고 기꺼이 응해 견본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준다.
◆정수일씨(뉴욕 코리아나 무역대표)=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친절한 쪽에 같은 값이면 마음이 끌리는 게 당연하다. 대만이나 홍콩의 업체들은 최선을 다해 바이어에게 응대해준다. 그들은 바이어를 편안하게 해준다. 또 종합무역상사를 통한 수출제도에도 문제가 많다.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고 거기다 이익을 붙여 파니 비쌀 수밖에 없고 직접 만드는 사람보다 제품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한국사람들은 한번만 크게 거래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실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대만이나 홍콩사람들은 소액주문이라도 진실하게 미래를 보고 응해준다. 다음에 더 큰 주문이 그쪽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클레임을 걸면 한국업체들은 다음부터 거래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까다로운 서류를 요구하지만 그들은 전화 한 통이면 깨끗이 해결해준다.
또 그들은 제품이나 회사소개를 담은 우편물을 계속 보내준다. 어느 곳과 거래할지 모를 때 우선 그들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대만이나 홍콩기업인들은 절대 화교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협조해 서로의 이익을 도모한다. 이점이 특히 아쉽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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