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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궁 구자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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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에는 새벽. 허리를 곧추세운 가부좌의 자세로 조용히 호흡을 고른다.
마루바닥의 냉기도 아랑곳 하지않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품은 구도자의 모습 그대로다.
다른 종목에 비해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는 양궁이기에 한국남자양궁의 대들보 구자청 (19·한체대)의 아침은 이렇게 무념무상의 정신통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이지만 제기록은 항상 기복이 심해요. 이것은 무엇보다도 정신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지요』
자신의 지적처럼 지난해7월 아시안컵대표팀 선발전에서 저조한 기록을 보여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두달후의 세계선수권대회에는 특별케이스로 뽑혀 가까스로 출전할 수 있었다. 그결과 세계대회에서는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개인종합 2위를 차지하는 한편 단체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자신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구자청은『마음에 꼭드는 자세의 개발과 집중력의 향상이 올해 최대의 과제』 라고 강조한다. 연습때는 싱글라운드 1천3백24점까지 쏘았으나 공식대회 최고기록은 세계선수권대회때 기록한 1천3백1점.
『이번 동계훈련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해 반드시 1천3백30점대까지 기록을 높여 놓겠다』는「10대 명궁」의 굳은 결의가 정월의 한파를 녹인다.
오는9월 아시안게임때는 국가대표 전인수(한체대)를 비롯, 일본의「야마모또」 (산본) 「마쓰시따」(송하) 등과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지만 이를 연습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그는 6개의 금메달중 3개를 겨냥하고 있다. 대범하면서도 침착한 성격과 어느 누구에게도지지 않으려는 강한 승부근성이 강점.
경남 김해중 2년때 본격적으로 활을 잡아 서울체고를 거쳐 현재 한국체대1년에 재학중이다.
요즘은 웨이트와 서키트트레이닝등 주로 체력보강에 중점을 두고 훈련중이다.『양궁이 아니였더라면 사격선수가 되었을것』이라고 말할정도로 사격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이 끝난뒤 미국에 유학,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이 꿈이다.
1m75㎝·70㎏의 체격. 건설회사과장으로 재직중인 구창회 (46) 씨의 2남1녀중 장남.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내 자신과의 투쟁입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서 어찌 남을 이기겠읍니까』
19세의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앳된 동안에 맹호의 기상이 엿보인다. <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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