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금메달” 두려움 없는 석현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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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성경 구절(마가복음 9장 23절·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함이 없으리로다)을 팔뚝에 새겨넣은 석현준. [사진 석현준]

올림픽축구대표팀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뽑힌 공격수 석현준(25·포르투).

유럽선수에게 밀리고 싶지 않아
‘두려워 말고 믿음으로 도전하라’
양팔 가득 성경구절 문신 새겨
쉬운 팀 없지만 못 이길 팀도 없어
유로 4강 돌풍 일으킨 웨일스처럼
리우에서 한국 축구 기적 만들 것

그의 두 팔은 화려한 문신으로 가득하다. 절대 뚫리지 않는다는 전설의 갑옷 소재 ‘용의 비늘’ 무늬가 팔을 가득 덮고 있다. 사이사이로 예수의 얼굴과 아약스의 엠블럼 등 여러가지 문양을 그려넣었다. 양쪽 팔뚝에는 석현준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의지하는 성경 구절을 영문으로 새겼다. 왼팔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이사야서 41장 10절)을, 오른팔에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내용(마가복음 9장 23절)을 담았다.

14일 석현준을 만나 8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소감과 각오를 들어봤다. 석현준은 “양팔에 새긴 문신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텃세를 부리는 유럽 선수들 틈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나부터 (성공을) 믿어야 다른 사람도 믿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신태용(46) 감독이 손흥민(24·토트넘)·장현수(25·광저우 푸리)와 함께 수비수 홍정호(27·장쑤 쑤닝)를 일찌감치 와일드카드 후보로 뽑았지만 홍정호의 차출이 무산된 덕분에 기회의 문이 다시 열린 것이다. 신 감독은 고심 끝에 지난달 5일 체코와의 A매치 평가전(2-0승)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석현준을 대신 뽑았다. 그는 “최종엔트리 발표를 얼마 앞두고 신 감독님께서 ‘올림픽팀 합류를 준비하라’고 연락을 주셨다. 전화를 끊자마자 ‘아! 대박!’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석현준은 “이제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메이저 국제 대회에 나가본 적이 없다. 그토록 원하던 기회를 어렵게 잡았으니 세계에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석현준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소속팀 합류도 포기했다. 올림픽팀 멤버들과 하루 빨리 발을 맞추고 싶어서다. 2015- 16시즌을 마치고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다 지난달 27일 포르투갈로 돌아갔지만 구단을 설득해 지난 6일 재귀국했다. 곧장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체력 훈련을 시작했고 12일부터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선수단에 합류해 몸을 만들고 있다. 다른 와일드카드 멤버 장현수는 25일, 손흥민은 31일에 각각 올림픽팀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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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준은 “(장)현수와 동갑인데 내가 생일이 빨라 최고참이 됐다. 처음 만나는 후배들도 나를 낯선 형으로 여기지 말고 스스럼 없이 다가와줬으면 한다. 외모가 무서워 후배들이 못 다가올까봐 걱정”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또 “이 자리를 빌어 내가 순한 형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손)흥민이가 대표팀에서 나한테 막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흥민이처럼 해도 다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석현준은 ‘주인공’ 역할에 욕심이 없다고 했다. 석현준은 “동료들을 이끄는 건 흥민이나 (권)창훈(23·수원)이에게 양보하고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고 싶다”며 “전술적으로도 내가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받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 선수들이 체격적으로 우세한 건 사실이지만 피지컬의 열세는 스피드와 체력으로 만회할 수 있다”면서 “ 나도 체격이 좋지만 조그만 수비수에게 자주 당한다. 키 작은 선수가 맘 먹고 덤비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은 석현준의 축구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도전이다. 동메달 이상을 따내면 받는 ‘병역 혜택’이라는 당근이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팀 공격진은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문창진(포항)·권창훈(수원)·황희찬(잘츠부르크)·류승우(레버쿠젠) 등 빠르고 돌파가 좋은 선수들 위주로 짜여졌다.

신장 1m90cm인 석현준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부딪치며 버텨줄 유일한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석현준은 “득점보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 네이마르(24·브라질)와 제대로 붙어보고 싶지만 목표는 오직 팀 승리 뿐”이라며 “기왕이면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FA컵 8강전에서 2부리그팀 부천이 프로축구 최강 전북을 잡는 모습을 봤다. 유로 2016에서도 ‘축구 변방’이라 불리는 웨일스와 아이슬란드가 각각 4강과 8강까지 올랐다”며 “올림픽에서는 손쉬운 상대도, 절대 못 이길 상대도 없다. 내 팔에 새긴 글귀대로 두려움 없이,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다음달 5일 피지와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8일엔 독일, 11일 멕시코와 대결한다.

피주영 기자 pih.ju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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