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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아이오닉 전기차, 출퇴근 길 막 달려도 충전없이 199.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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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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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타고 서울 여의도에서 고덕동까지 왕복 60㎞를 달렸다. 에어컨을 켠 채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했는데도 1킬로와트시(kWh) 당 7.4㎞의 연비를 기록했다. 1회 완충시 199.8㎞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전기차 답게 소음·진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진 현대차]

서울 고덕동에서 여의도로 전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면 충전 문제 때문에 불안하지 않을까. 현대차의 새 전기차 ‘아이오닉(IONIQ) 일렉트릭’은 “불안하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191㎞다. 지난 14일 아이오닉을 타고 고덕동의 한 까페에서 출발해 여의도 서울마리나에 이르는 왕복 60㎞ 구간을 시승했다.

서울 고덕동~여의도 왕복 60㎞
시속 80㎞인데 소음 사무실 수준
계기판서 근처 충전소 바로 검색
GM, 올 676㎞ 주행 볼트 선 봬
현대차, 2년 안에 320㎞ SUV 계획

아반떼를 쏙 빼닮은 아이오닉 운전석에 올라탔다. 계기판은 단순 명료했다. 엔진 분당 회전수(RPM) 눈금을 생략했다. 대신 파워(PWR)·에코(ECO)·충전(CHARGE) 눈금으로 채웠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기어봉이 없다는 점. 기어봉 대신 D(주행)·R(후진)·N(중립)·P(주차)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전기차 답게 소음·진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고속으로 달릴 때도 외부 바람소리, 노면 소음만 미세하게 들렸다. 시속 80㎞로 달리는데 소음 수준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더니 50데시벨(dB)로 나왔다. ‘조용한 사무실’ 수준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구간에 들어서자 1킬로와트시(kWh) 당 8㎞를 넘나들던 연비가 6㎞까지 쭉 떨어졌다. 전기차 운전자의 최대 고민거리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운데 조작부의 ‘EV’(전기차) 버튼을 눌렀다. 이어 뜬 ‘충전소 검색’ 탭을 누르자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가 검색됐다.

올림픽대로 천호대교 인근에서 가속 페달을 꽉 밟아봤다. 130㎞까지 무리없이 눈금이 쭉쭉 올라갔다. 60㎞ 거리를 2시간 30분 동안 달려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주행 내내 에어컨 온도를 17도로 맞춰놓고 중간 세기로 틀었다.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하며 시속 150㎞까지 밟아도 보고, 정체 도심 구간도 통과했다. ‘연비 주행’으로선 별로인 조건에서 달렸다는 얘기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kWh 당 7.4㎞. 역산해보면 1회 완충시 199.8㎞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연료 게이지는 18칸 중 15칸이 남았다. 이날 한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는 같은 구간을 1kWh 당 13.6㎞의 연비로 주행했다. 1회 완충시 367.2㎞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어컨을 끈 채 시속 50~60㎞로 달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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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의 1회 완충시 공식 주행거리 191㎞는 기아차 ‘쏘울 EV’(148㎞), ‘레이’(91㎞)는 물론 르노삼성차 ‘SM3 ZE’(135㎞), 한국GM ‘스파크 EV’(128㎞) 보다 월등한 것이다. 닛산 ‘리프(132㎞), BMW ‘i3’(132㎞)와도 간격을 벌렸다. 현대차는 “연비 뿐 아니라 주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글로벌 친환경차 2위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다짐이 ‘허언’(虛言)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계획은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뉜다. 올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2018년까지 1회 충전시 320㎞를 주행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SUV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와 GM ‘볼트’ 등 4000만원대 가격에 300㎞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한 보급형 전기차와 경쟁한다. 포르쉐와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고급차 브랜드가 수억원에 달하는 ‘럭셔리 전기차’를 출시하는 시점인 2020년엔 제네시스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더 뜨거워진다. 한국GM은 GM 본사에서 개발한 전기차를 속속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기존 유일한 전기차 스파크 EV에 이어 올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전략 차종은 ‘볼트’다. 볼트는 내연기관을 장착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속성을 지녔지만 순수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가 89㎞에 달해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로 분류한다. 1회 완전 주유·충전시 676㎞에 달하는 최대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르노삼성차는 SM3 ZE 택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올 하반기엔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국내 출시한다. 도요타 ‘아이로드’와 비슷한 2인승 전기차다. 유럽에서 2012년 이후 2만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이다. 트위지는 1회 충전시 100㎞까지 달릴 수 있다. ‘SUV 명가’ 쌍용차는 현재로선 친환경차 출시 계획이 없다. 경유차를 중심으로 한 현재 판매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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