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한국개발연구원부원장>세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을 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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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사다난했던 을축년이 벌써 다 지나가고 이제 며칠만 있으면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새해는80년대 들어와 새로운 경제정책기조를 토대로 수립된 5차5개년 계획을 마무리 짖고 우리 경제선진화의 전기가 될 80년대 후반의 첫발을 딛는 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된다.
경제를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은 우선 새해 경제전망에 관심이 쏠리게될 것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요즈음같이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경제전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때로는 곤혹스러운 일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의 경영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장래에 대한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새해 경제전망의 전제가 되는 대내외 여건을 살펴 볼때 어두운 면도 있고 밝은 면도 있다. 금년에 우리 수출을 어렵게 하였던 선진국에서의 보호주의 추세가 86년에도 지속되리라는 점은 비관적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 엔화의 강세로 수출시장에서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제원유가의 하락으로 우리의 국제수지가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새해 경제전망을 밝게해 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결과에 의하면 엔화의 20%상승은 내년도 경제성장을 0.8%포인트 상승시키고, 국제수지를2.5억달러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국제원유가의 배럴당 5달러 하락은 경제성장을 0.4%포인트 상승시키고, 국제수지를 7억달러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해에는 고용기회의 확대를 위한 재정사업이 계획되고 있으며 그동안 다소 여유 있게 운용되어온 통화정책도 86년의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새해는 금년보다 높은 7%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국제수지도 금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가에 있어서도 엔화의 강세는 국내물가를 0.5%포인트 정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나 이의 상당부분은 원유가의 하락으로 상쇄될수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새해는 성장·물가·국제수지의 이른바「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호기가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6년 경제에 대한 이러한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은 경제외적인 교란요인이 없고 한미무역마찰등 어려운 문제를 슬기롭게 관리해 나가며 국제환율변동과 원유가 하락등 대외여건변화를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최대한 활용하리라는 전제에서 세워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새해 경제를 생각할 때 성장·물가·국제수지등 거시경제지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왜냐하면 구조적 경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대외여건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때 대처할 수 있는 저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이 가운데 산업구조의 원활한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산업구조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최근 산업구조 조정이 시급한 경제문제가 되는 이유는 기술의 급속한 변화, 무역환경의 악화, 성장속도의 둔화, 물가의 안정등 대내외 여건이 급격히 바뀌는 과정에서 이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과 업종이 등장하고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한은에 의한「특융」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조감법을 개정하고 공업발전법을 제정함으로써 산업구조조정작업을 의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따라서 새해에는 이를 특정업종·특정기업에 어떻게 적용하여 우리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의 성장세를 가속화시킬 것인가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
산업구조 조정은 결국 사양산업의 개편, 불황기업의 정리와 유망업종에 대한 지원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일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이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이 분명히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의 산업구조 조정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 특징은 산업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통산성의 역할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통산성은 기업·학계 등의 전문가로 각종 심의회를 구성해 산업전반 또는 개별업종에 대한 중장기비전을 제시하고 필요시에는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산업과 앞으로 발전이 필요한 산업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여 산업구조 조정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했다. 일본경제전문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보겔」교수는 일본의 통산성을「관현악단의 지휘자」로 비유하고 있다. 즉, 일본의 통산성은 민간기업에 지시만 내리는 권력체가 아니라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업들이 국가경제를 위해 따르고 협조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동반자라는 것이다.
산업구조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협조적인 노사관계의 정립이 중요하다. 일본에서 한때 정치적 성격이 짙고 과격했던 노조운동이 60년대 이후 기업별 노사를 중심으로 협조적인 방향으로 발전한 사실이라든가 노사분규가 잦았던 미국·영국등 선진국에서 최근 과거의 대립적 관계에서 협조적 노사관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한번 더 음미해 보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병인년 새해의 우리 경제전망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오히려 희망찬 면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새해 경제운용의 성패는 우리의 하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 동반자적 입장에서 함께 노력하고 기업가와 근로자가 긴밀한 협조풍토를 조성한다면 86년의 경제는 성공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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