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역의"훌륭한 부모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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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 이잔치에 참석한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행복한 어린이들이예요. 이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부모님을 두었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입니다』25일낮 12시 서울A호텔 1층 대형 연회장에서 열린 성탄절맞이「패밀리 뷔페 런천」-.
개그맨 사회자는 아무런거리낌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아이, 가장 훌륭한 부모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입추의 여지없이 홀을메운 1천여「꼬마손님」과 부모들이 사회자의 말 끝에 요란한 박수소리를 냈다.
호텔측이 인기연예인들을 불러 마련한 어린이대상 뷔페식 쇼행사. 지난22일 B호텔을 시작으로 25일엔 C·D·E호텔등 서울시내 일류급 호텔들이 앞을 다투어 이같은「행복한행사」를 벌였다.
점심 한끼에 어린이가 1만1천원에서 1만9천원, 어른이 1만8천원에서 2만3천원선. 그러나 호텔마다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야할 지경이었다.
이날 A호텔도 당초 예정인원은 6백명이었으나 1천명 가까이 몰려들어 예식장앞의 대중식당을 방불케하는 혼잡을 이뤘다.
통행조차 어려울만큼 빽빽이 배치한 좌석. 빈접시를 든 음식 앞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는가 하면 무료입장한 5세이하의 어린이에겐 좌석조차 배정해주지 않아 부모들의 무릎에 앉아 점심을 먹는 진품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른들의 호화사치, 분별없는 과시병이「이웃사랑」과「나눔」의 뜻을 새겨야할 성탄에 동심마저 오염시키고 있는 현장이었다.<교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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