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388) 제 84화 올림픽 반세기-로마대회의 두 영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로마올림픽에서 벌어진 세 번째의 미소대결은 소련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종합성적에서 소련은 금43·은29·동31개, 미국은 금34·은21·동16개.
소련은 멜번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의 강세를 보여줬다.
로마올림픽은 길이 기억에 남을 스포츠 영웅 2명을 탄생시켰다. 맨발의 마라토너「비킬라·아베베」와 복싱의 천재「캐시어스·클레이」-.
휘황찬란한 횃불이 길을 밝히는 가운데「콘스탄티누스」황제의 개선문을 맨발로 정복한 사나이「아베베」는 그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디오피아의 시골 청년이었다.
어린시절엔 우거진 숲속에서 맨손으로 꿩사냥을 할 정도로 발이 빨랐다. 산소가 적은 고지대에서 단련된 그의 몸은 보통사람보다 폐활량이 훨씬 커 지구력이 강했다.
「아베베」가 2시간15분16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자 이디오피아 국민들은 열광했다. 25년 동안「뭇솔리니」의 군대에 정복당했던 조국의 치욕을「아베베」가 맨발로 설욕했기 때문이다.
「아베베」는 조국에 개선한 뒤 일등병에서 단번에 하사로 진급, 「셀라시에」황실 근위병으로 복무했다.
4년 뒤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사병의 최고계급인 상사로 진급한「아베베」는 출전을 눈앞에 두고 뜻밖에 맹장염을 앓았다.
그러나 맹장수술을 받고 10일만에 연습을 시작, 한달 후 올림픽에 나간「아베베」는 손쉽게 두 번째의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기록은 2시간12분11초. 동경대회에선 맨발이 아니고 육상화를 신었다.
로마와 동경올림픽에서「아베베」가 획득한 금메달은 이디오피아 선수단의 유일한 메달. 두 번째 금메달을 안고 개선한「아베베」는 그야말로 영웅대접을 받았고「셀라시에」황제는 그에게 세 계급을 뛰어넘어 중위계급장을 달아주었다.
멕시코올림픽(68년)에서 3연패하려던「아베베」의 꿈은 출발 후 10마일 지점에서 다리를다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아베베」는 69년 자동차사고로 하반신 불구가돼 마라토너로서의 생명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궁도를 연마, 세계장애자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계속했다.
73년10월25일「아베베」는 온갖 신화를 뒤로하고 41세로 타계했다. 그의 장례식엔 6만5천여명의 조객이 운집, 불후의 명성을 기렸다.
훗날「무하마드·알리」라는 이름으로 프로복싱세계에서 많은 신화를 남긴「캐시어스·클레이」가 로마에 출현한 것은 18세 때였다. 이미 아마전적 1백8승을 기록했던「알리」는 손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그의 경기엔 미국가수「빙·크로스비」가 나와 열광적으로 응원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로마올림픽 직후『금메달이 밥을 먹여주느냐』며 프로로 전향한「알리」는 64년2월「소니·리스튼」을 KO로 뉘고 첫 세계헤비급 왕좌에 올랐다.
그후「알리」는 챔피언박탈(68년)-은퇴(70년)-북미챔피언(71년)-세계챔피언 탈환(74년)-챔피언방어 실패(78년2월)-세계챔피언 재탈환(78년9월)-은퇴-세계챔피언 도전실패(80년)로 이어지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20년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세계챔피언 벨트를 주물렀다.
「떠버리」라는 별명이 말해주듯『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명언(?)을 비롯한 재담과 독설은 그의 주먹과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이다.
끝으로 로마올림픽이 남긴 가장 큰 오점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약물복용에 의한 사이클선수의 사망사고였다. 무더위 속에 사이클1백㎞ 단체경기 레이스도중 덴마크대표 3명이 잇달아 졸도, 그중「쿠르트·옌센」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선수들이 혈액순환 촉진을 위해 복용한 흥분제가 원인이 됐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