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투셴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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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예프게니·예프투셴코」는 폐쇄된 소련사회에서도 비교적 할 말을 하는「용기있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예프투셴코」가 또 소련 당국과 지식인, 예술가들을 통렬히 비판하는 발언을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예프투셴코」는 최근 소련작가 대회에서 소련 역사는 침묵과 비밀주의 등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비난하고,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당국의 검열제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고 뉴욕 타임즈지가 보도했다.
「예프투셴크」는 특히 문학등 예술분야에도 개방성과 솔직함이 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작가들이 창조보다 복종의 대가로 많은 특권을 누리며 관료화되고 있음을 지적, 소련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꼬집었다.
이런 말을 하는「예프루셴코」를 두고 우리는 곧잘「저항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소련의 사회체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어용시인」이라고도 한다.
소련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설문이 활자화될 수 있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서방 관측통들은「고르바초프」가 추진해온 개혁정책과 맥락을 갈이 한다는 판단아래 발표를 허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따지고 보면「예프투셴조」의 발언은 언제나 소련의「기준치」를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었으며, 심지어 지난 9월에는「고르바초프」를 독양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예프투셴코」는 68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시학산수로 선출될 뻔했다. 그러나 투표에서 2백81표를 얻어 3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낙선 이유는 그의「반항」은 소련의 교묘한 선전술로 채색된 레테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예프투셴코」는 소련의 예술가로는 비교적 서방 여행을 자주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을 다섯 번이나 방문했다. 67년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이런 시를 쓴 일이 있다.
『한 동물농장에서 도망친 청여우 한 마리가 자유를 대했을 때 간담이 서늘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여기서 소련을「동물농장」으로 비유한 것은 인상적이다. 그는 대학생들과 어울러 광란적인 파티를 열기도 하고 자작시를 재즈음악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비록「당국」의 허가를 받아 한 주간지에 실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을 하지 않고 침묵만 지키는 소련 지식인사회에 하나의 경종을 울린 그의 용기는 가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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