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 심장판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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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심장의 판막이 좁아지면「협착증」이 되고 판막이 옳게 닫혀지지 않아 피가 뒤쪽으로 새게되면「폐쇄부전증」이 된다. 그러나 같은 협착증이라 불려도「승모판 협착증」과「대동맥협착증」은 그 증상이나 결과에 차이가 많다.
승모판 협착증의 경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비교적 빨리 나타나나 증상이 나타난 후라도 오랫동안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동맥 판막협착증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증상이 없다가도 일단 나타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따라서 치료방침에도 차이가 있다. 이처럼 판막에 따른 차이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심장판막증이라는 병명은 같아도 환자에 따라 증상이나 경과, 또는 치료방침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환자자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판막이 나쁠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호흡곤란이다. 안정하고 있을 때는 비교적 평안하나 신체활동이 많아지면 더 많은 혈액이 심장을 통해 흘러가야 하므로 심장에 부담이 커져 숨이차게 된다. 물론 병이 더 진행되면 가만히 앉아 있을 때나 잠자는 동안에도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대동맥 판막이 나쁠 때는 호흡곤란 보다 먼저 협심증의 증상과 비슷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여러 가지 부정맥이 병의 진행에 따라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심장안에서 응고되었던 혈액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뇌동맥을 막아 반신불수 등 중풍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이것이「뇌전색증」이다.
심장판막증이 악화되어 심부전 상태가 심해지면 온몸이 붓고 간이 부어서 복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만을 비교해 보고 심장판막증의 진단을 내리면 안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심장판막증의 증상을 소개하긴 하지만 증상만을 놓고『나도 숨이 찰때가 있는데…』『나도 몸이 부을때가 있는데…』『나도 가슴이 아플때가 있는데…』하는 식으로 지레짐작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독자가 있을까 두려워진다.
심장에 별다른 이상 없이도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거나 몸이 부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증상이 정말 병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반대로 전혀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 심장판막증의 진찰소견이 발견되어 당신은 판막이 나쁘므로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말해주면 상당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멀쩡하게 아무 불편 없이 살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심장판막증은 초기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심장판막증의 진단을 받았더라도 환자에 따라 아무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편안한 일생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
서정돈<서울대의대·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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