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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한인 4세에 서울 나들이 선물한 기특한 고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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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시 인사동 쌈지길을 방문한 사할린 동포 한인 4세 아이들과 한국교원대부설고 학생 등 일행이 문화탐방을 하고 있다. [사진 주택관리공단]

한국을 찾은 사할린 한인 동포 4세가 한 고등학생들의 도움으로 특별한 서울 나들이를 했다.

13일 지구촌동포연대에 따르면 충북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부설고 정성윤(18)군 등 학생 3명은 지난 9일 사할린 한인 4세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명소를 둘러보는 문화탐방을 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한인 4세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사할린 동포의 손자·손녀들이다. 10~17살의 초·중·고교생 12명으로 방학 기간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할머니를 보기 위해 지난달 말 입국했다. 오송에는 70세가 넘는 고령의 사할린 동포 68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국을 들러 음악 프로그램 리허설을 관람하고 국회의사당을 견학했다.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한국 문화를 체험한 뒤 대표 관광지인 남산 타워도 들렀다. 이번 서울 투어는 교원대 부설고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정군 등 학생 10명은 2014년 교내에 ‘사할린희망캠페인’ 동아리를 결성한 뒤 오송에 있는 사할린 동포촌을 찾아 말벗·청소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정군은 “별다른 소득이 없는 할머니들이 손자들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되레 부담스러워 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러시아에서도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방송국이 있는 서울 나들이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원대부설고 사할린희망캠페인은 지난 6월 주택관리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주택관리공단은 사할린 동포 거주지인 청원오송 휴먼시아1단지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공단은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 일정을 짜고 관광버스 1대와 음식값, 선물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휴먼시아1단지 이치우 관리소장은 “한인 동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기특했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직원 3명과 함께 서울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고 말했다. 처음 서울에 가봤다는 김 크세니야(16·여)양은 “서울 견학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한국 언니·오빠들 덕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

사할린 희망캠페인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해 사할린프로젝트 기획안을 충북도의회에 제출해 한국에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을 돕는 조례 개정 등을 촉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6월 사할린 동포 지원 계획 수립과 한국어·생활 적응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등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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