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에워싸고」를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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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이 시에 나타난 삶은 전원 생활을 동경하는 소박한 삶이다. 이런 삶의 태도에 찬성한다. 그러나 (가)그것이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이런 (다)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은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풀 냄새, 흙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곳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또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어머니의 품, 평온하고 푸근한 어머니의 품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유로운 전원생활을 동경하고 풍류를 즐겼다. 이런 것 들은 그들이 지은 시조나 가사 등에 잘 나타나 있다. 그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가꿀 자그마한 발과 쉴 집이 있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면 족하다. 욕심이라고는 조금도 잦아볼 수 없는 삶의 태도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우리나라 시뿐만 아니라 외국의 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니스프리의 호도』라는 시도 이 시와 근본적인 사상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토적이고 소박한 생활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은 이런 생활을 하나의 꿈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정서가 메마르고 인격적 관계보다 비인격적 계약적인 인간관계가 지배적인 오늘을 사는 우리. 아무리 세태가 (라)변조되어 가더라도 진리는 변함이 없다. 비록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 수 없을 지라도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나 따스한 햇볕을 받고 돋아난 새싹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과 순리를 배우는 (마)현대인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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