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경제 그렇게 장미빛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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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년과 별 차이 없을텐테 올겨울추위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것 같다. 매서운 추위 뒤에 오는 봄은 더따스하겠지-.
우리 경제도 이런 패턴으로 잘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올 한해는 경제적으로 참 어려웠다.
정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형편이 나아질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웬지 미덥지가 않다.
손가락으로 짚어보아도『이것은 잘될것 같다』고 속시원스럽게 이야기 할만한게 별로 없다.
오히려 내년에는 내년대로 우리가 풀고 나가야할 과제가 중첩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올해 골치아팠던 경제문제들은 고스란히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어있다.
저속성장·물가·실업문제가 그렇고 부실기업정리· 한미통상마찰·저조한투자등·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그리 큰 걱정이 없는듯 우리경제에 관해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86년도 경제운용계획에 따르면 7% 성장에 물가도 안정(2∼3%)될것이며 국제수지도 균형을 이루게 되어었다.
정부의 전망대로 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지난해 이맘때 정부는 올해 경제를 낙관했었다. 결과는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예측이나 전망치는 빗나갈수 있고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정부에서 솔직하지 못한것은 큰 실수였다.
올 연초부터 경기가 안좋고 업계에서는『큰일이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는데도 정부는『무슨소리냐』고 일축했었다.
급기야는「경기논쟁」까지 벌어졌고 불경기를 원망하는 고성이 들리는데도「안정적 호황국면」만 내세웠던게 정부였다.
결과는 뻔했다. 정부에서 제때 손을 쓸줄 몰랐고 그결과 성장은 둔화되었으며 실업사태가 더 악화되었다.
그러나 책임은 누구도 질줄 몰랐다.
국민들은 이같은 과정을 줄곧 똑똑히 지켜볼수 있었다.
내년 경제에관해 정부에서 아무리 그럴싸할 숫자를 제시해도 국민들이 쉽사리 믿으려들지 않은것은 어써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결과를 놓고 이야기해야 통할이만큼 되었으니 그 책임은 정부에 있는것이다.
어쨌든 내년에 들어가도 중압을 느낄수밖에 없는 현안문제들이 어떻게 풀릴지 걱정이다.
정부는 조세감면규제법도 고치고 한은특융을 마련했으니 부실기업정리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안심하고 있으며, 7%정도 성장으로 실업사태도 더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며, 돈풀어 투자도 늘리고 한미통상문제도「줄것주고 받을것 받는 식」으로 풀면 큰문제 없을것으로 보고있는것 같다.
이 현안들은 하나하나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다.
조감법이 개정되어 정부는 내년에 들어가면 부실기업정리를 바싹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실기업정리를 위한 조감법개정내용은 형평의 문제에서 논란이 많았던만큼 정부로서도 어떻게 잘 부실기업을 정리해야할지 생각해보면 보통일은 아닐 것이다.
실로 개정조감법이나「특융」은 언젠가는 당부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개정 조감법이라는게 건실한 기업에는 아무런 혜택도 없고 부실한 기업에는 조세감면등 특혜를 준다는식의 논리인데 한편으로는 정부로서도 오죽 상황이 급했으면 편법을 쓰기에 이르렀을까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식의 경제정책이 통용될 수있다는 분위기가 걱정인 것이다.
근년들어 올해 가장 쓰라리게 체험했던 실업문제도 그렇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실업률 4%선을 더 넘지않게 하겠다는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실업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는 적극대책이 없는것 같다.
내년경재성장률을 당초에는 6∼7%로 내다보았으면서도 7%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경기란 원래 심리적인것이어서『비록 나쁘다해도 좋다고 해야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그랬다는게 정부관계자의 설명이다.
어쨌든 국내외 연구기관 어느하나도 내년성장을 우리정부처럼 높게 전망하지 않고 있다.
의도적으로 풍선처렴 늘려잡아 국민들로 하여금 더 실망케하는 것보다는 경기가 더 어려워지겠으니 대비토록 설득하는것이 더 바람직 하지않을까.
한미통상협상도 새해 우리경제의 큰 변수임에 틀림없다.
최근 실무자급 서울협상에서조차 우리대표들이 어설프게 일처리를 한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알필요 없다는 식으로 협상내용을 일체 공개하지않은채 협상이 진행되었다.
누구를위한 협상이냐는 소리를 듣게되었다.
부진한 투자는 또한 어떤가. 7O년대에 비해 80년대 투자, 특히 민간설비투자는 극히 부진한 실정이다.
수출이 어느날 갑자기 잘된다해도 문제가 아닐수 없다. 투자해놓은게 없으니 물건대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우리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너무나 많다.
엄청난 외채덩어리에서부터 그동안 어설프게 잠재워놓은 물가불안등은 너무 잘아는 문제들이다.
요즈음 시정도처에서는 심심풀이 이상으로 개각설이 화제에 많이 오르고 있다.
개각이라면 최고통치자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인데 왜 그리 설들이 난무하는가.
개각설을 밑도 끝도 없는 허망된것이라고 흘려버려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귀에 솔깃하게들 생각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닥칠 개각은 경제부처가 타기트가 될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현경제팀은『좀 무르고 박력이 약하다』는게 일반적인 평이기도 하다.
과거 경제팀들은 힘차게 경제를 밀어 불이던 저돌형, 그리고 그 후유증을 뒤처리하던 소방형등 그 시대에 따라특징이 있었으나 현경제팀은 경제안정에 다소 기여하기는 했지만 특색이없다는게 중평이다.
「답답한 팀」이라는 이야기도 듣고있다.
개각에 관해 떠돌아다니는「설」들을 분위기 일신을 바라는 메아리 정도로 여겨도 괜찮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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