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폐회하는「정기국회」|파란으로 시작 "절름발이"로 막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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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란과 파항으로 얼룩진 정기국회의 90일회기도 내일로 끝나게 됐다.
2·12총선후의 최초인 이번정기국회는 처음부터 피동으로 시작돼 숱한 파동을 거친 끝에 결국 절름발이 모습으로 막을 내리게됐다.
이번 국회에서는 11대4년간 볼수없었던 날치기와 육탄공세가 나왔는가하면 단독통과·농성·멱살잡이·문부수기등의 이른바「구태」 가 여야할것없이 재현됐다.
숱한 파동으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날도 많았다.
고대앞사건의 와중에서 개회식만한채 20일을 공전시켰고 부의장선출파동으로 1주일, 총리출석문제로 4일을또 허송했다.
재무위에서 조감법이 날치기처리된후부터 4일간은 전쟁판같은 여야격돌이 있었고 예산파동을 고비로 이번국회는 사실상 막을 내린 상태였다.
회의공전일수만도 무려 근50일. 정기국회회기(90일) 의절반이상을 공전한 셈이다.
큰 파동이외에도 중간중간발언파동·보과관소환 문제등으로 국회는 시종 시끄러운중에 단 1주일이 순탄하게운영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같은 정국의 흐름은 2·12총선이후의 예정된 코스였는지도 모른다. 개원을 40여일 늦춘 사면·복권협상에서부터 시작해 정기국회전에는 학원안정법이 튀어나와 또 왁작거렸다.
정기국회를 포함, 모두 네차례의 국회가 소집됐지만 그중 한차례는 야당이 단독소집한것으로 그나마 소집자체로 그치고 말았다.
정기국회 초반파란을 장식한 고대앞사건의 경우 박찬종·조순형 두 현직의원이 12대국회들어 최초로 형사입건 기소되고 박의원은 변호사업무까지 정지당함으로써 야당의 반발과 정국경색은 당연한 귀결로 연결지어졌다.
정부·여당은『정치인의 학생선동은 용납될수없는것』이라는 강경입장과 함께 의원품위손상을 이유로 들어『징계』론까지 거론했다.
이에대해 신민당은 △고대방문은 학원문제 실태파악을위한것으로 의원고유의 직무이며 △민정당측이 행정부에동료의원의 처벌을 요구한처사는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행위라고 주장,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사건발생일인 지난9월6일부터의 티격태격은9월2O일개회식만 형식적으로 치른채 10월10일까지 한달여 계속된끝에△민정당이 징계문제를거론하지않고 △여야「원만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치적 계류 상태에서 간신히 매듭지어졌다.
10월28일의 부의장선츨파동도 이번 정기국회가 남긴 진기록의 하나였다.
신민당의 공식지명후보가 낙선하고 독자출마한 신민당의 조연하의원이 다수 여당표를 얻어 당선됨으로써 파란이 일어났다.
신민당은「사기」「협잡」「배신」이라고 훙분하며 민정당측의 위약을 비난했고, 민정당측은 단일후보를 내지못한 점을들어「내분탓」이라고 책임을 신민당쪽에 돌렸다.
정국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정기국회 또한 한동안 마비될수밖에 없었다.
부의장파동은 국회의 관례와 정당간의 약속을 지키지못한 책임과 함께 집권정당의 신의문제가 들먹거려졌다.
신민당 또한 주류-비주류및 각계보간의 갈등이 노출됨으로써 큰 상처를 입었다.
일방적인 대화거부로 국회를 1주일간 공전시키다가 신민당은『국회의원이 국회에들어가는데 무슨 명분이 필요한가』라는 이민우총재의 명구 (?) 를 들고 등원했다.
재무위에서의 조감법등 5개법안의 여당 단독처리는 12代국회 날치기 제1호.
11월29일하오3시 조감법을 통과시킨 김용태재무위원장의 방망이소리를 신호로 재무위·법사위·예결위회의장과 본회의장·146호실등 여의도의사당은 온통 여야격전장으로변했다.
민정당은 끝내 협상도중 의원총회를 가장해 예결위및 본회의를 단독으로 처리함으로써 12·2예산파동을 기록해야 했다.
예산파동 막바지 민정당은 헌법연구특위를 제시함으로써 헌법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대화의 문을 열었으나 막바지에서 신민당이 태도를 돌변해 거부함으로써 민정당은 순식간에 예산안을 단독통과시켜버렸다.
그로부터 국회는 열린 상태로 유희되는 사태를 빚었으며 9일만에 국회정상화협상을 여야가 재개했으나 다시 결렬, 마침내 민정·국민당의원만으로 16일부터 국회를 단독운영하는 파항을 보였다.
지난 14일하오 총무회담에서 협상을 결렬시킨후 이세기민정·김동영신민당층무가 각각 말한대로『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파행을 한번씩 빚어낸 셈이다.
이처럼 시종일관 파란으로 점철된 이번 정기국회는△날치기와 멱살잡이등의 구태재연 △정치력부재와 정치미숙△여야의 정면대립과 감정악화등을 드러낸 수준미달의 국회로 평가받아 마땅할것같고 이같은 결과에 여야는 공동책임을 느껴야 할것이다.
여야의 발언시비가 한창일때 이재형국회의장이『내일은또 어디서 천둥·벼락이 칠지몰라 편안한 날이 없다』고한 한탄의 소리가 국회를 끝내면서 더욱 실감나는 상황이 돼버렸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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