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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 7년 만에 다시 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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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체세포 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7년 만에 재개된다.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사용하다 논문 조작 논란에 휘말린 방식이다.

“인간 복제 방지 감시체계 등 조건”
복지부, 차의과대 연구 계획 승인
“공유 줄기세포주 100종이 목표”
종교계선 “생명 파괴 행위” 반대

보건복지부는 11일 차의과대학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2009년 차병원(차의과대)이 연구 승인을 받은 지 7년 만이다. 차의대는 1차 연구에선 줄기세포 생성에 실패했고 이번에 재도전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2020년 12월까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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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이에 앞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박상은 샘병원장) 심의를 거쳤다. 위원회는 지난 5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인간 복제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감시할 시스템을 갖출 것을 조건으로 달아 승인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차의대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난자이용연구동의서 작성과 IRB 운영 실태, 난자·배아의 폐기 사진 보관 등을 감시할 예정이다.

체세포 복제배아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난구세포)를 이식해 만든다. 이후 전기 자극을 가해 세포를 융합해 배반포(복제배아)까지 배양한다. 여기에서 치료용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줄기세포는 뼈·뇌·장기·근육·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연구 책임자인 차의대 이동률 교수는 “체세포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산해 시신경 손상, 뇌졸중, 골연골 형성 이상 등 난치병 환자의 세포 치료에 쓰겠다”고 밝혔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의 장점은 환자 맞춤형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추출하지 않고 배아가 자라면 체세포 주인과 같은 복제인간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이 교수는 “복제배아에 사용된 체세포와 같은 유전형을 가진 1~2%의 다른 환자 치료에 쓸 수 있게 ‘공유 줄기세포주’ 100가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05년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 이후 한국 체세포 복제 연구는 동면기에 들어갔다. 난자 공여나 매매가 전면 금지됐고 연구를 하려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했다. 그사이 미국 오리건대·뉴욕줄기세포재단 등이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다. 그러자 “더 이상 선진국에 뒤처지게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희귀·난치 질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선도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연구를 허용하되 엄격히 관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성(서울대 의대 교수)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2009년 차병원 연구와 거의 같다. 실패한 연구라고 해서 금지할 이유가 없다”며 “상업화 단계라면 모르겠지만 연구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종교계는 여전히 반대한다. 이상원(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는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든 배아도 정자·난자 수정 방식의 배아와 마찬가지로 생명”이라며 “이걸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생명 파괴 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성할지는 불분명하다. 2009년 연구처럼 냉동 난자를 써야 한다. 비동결 난자는 미성숙했거나 비정상적 상태인 것만 쓸 수 있다. 냉동 난자 500개, 비동결 미성숙 난자 100개를 사용한다. 차의대 연구팀은 2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체세포 복제배아 생성에 성공했는데 당시는 비동결(신선) 난자를 활용했다.

이동률 교수는 “동결 난자만 쓰는 게 아쉽다. 연구의 가치를 알려 비동결 난자 허용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동결 난자 문제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연구 허용 검토를 제안한 바 있다. 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비동결 난자 허용은 난자 매매를 활성화할 우려가 있으며 사실상 배아 파괴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한다.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줄기세포는 뼈나 신체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다. 체세포 복제배아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를 이식해서 만든다. 이 방식과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 방식, 역분화(iPS)를 통틀어 배아줄기세포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혀·귓불 등 성숙한 조직과 기관에 들어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한 게 성체줄기세포다. 역분화·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 논란이 없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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