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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조직 넘어 ‘외로운 늑대’ 추종하는 이념으로 변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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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6 면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총격 난사, 6월 28일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 테러, 7월 1일 방글라데시 다카 레스토랑 인질극, 이라크 바그다드 쇼핑지역 차량폭탄 테러, 7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성지 자살폭탄 테러. 이슬람의 가장 성스러운 기간인 라마단 달에 발생한 주요 테러다. 알라의 첫 계시가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내려와 이슬람 종교가 시작된 달, 하던 전쟁도 멈춘다는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 동안 약 500명의 민간인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거점을 둔 수니파 이슬람주의 과격조직 이슬람국가(IS)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테러다. 또 올해 라마단 기간 중 6월 29일은 IS가 국가를 선포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년 만에 IS가 어떻게 그리고 왜 ‘세계적 테러의 현상’으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토털 테러 전략으로의 전환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5월 초 NBC방송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조직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테러를 주도하는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IS 격퇴작전은 국제사회의 독특한 도전이라고 경계했다. IS를 뿌리 뽑기 위해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군사작전과 더불어 전 세계적 대테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IS는 영토를 장악하고 국가를 선포한 최초의 과격 이슬람주의 조직이다. 다른 테러 조직과 달리 IS는 경계는 모호하지만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를 아우르는 ‘영토’에 대한 통치권을 갖는다고 주장하고 그 지역에 ‘칼리파 국가’를 수립했다. 어떠한 국가도 이를 승인하지는 않고 있지만, 테러 조직이 수립한 최초의 칼리파 국가다. 은밀하게 활동하던 과거 혹은 기존의 다른 테러 조직들과는 달리 IS는 점령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군사 퍼레이드도 여러 차례 펼쳐왔다.


그러나 IS는 최근 모든 종류의 테러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다. IS 대원이 행하는 직접적인 테러가 첫째 유형이다. 시리아 및 이라크 내 점령지역에서의 주민에 대한 각종 테러와 공포 통치 그리고 주변국에 IS 대원을 보내 행하는 테러다. 250여 명을 살해한 이라크 바그다드 쇼핑지역 테러, 이스탄불 공항 테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유형은 세계 곳곳의 자생 테러 조직을 이용한 공격이다.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조직과 연계해 벌이는 테러다. 파리 테러, 브뤼셀 테러, 방글라데시 레스토랑 인질극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 유형은 외로운 늑대의 IS 지지 테러다. 이들 외로운 늑대는 IS 대원도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지지자 혹은 동조자다. 올랜도 테러범과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요양시설을 공격한 범인들도 범행 직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IS는 특히 최근 들어 자생적 테러와 외로운 늑대 방식의 테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IS의 대변인 격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는 2016년 5월 성명을 통해 “모든 공격이 소중하다”며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우리가 벌이는 성전보다 서방 세계 한가운데에서 벌이는 작은 성전이 더 가치 있다”고 선동했다. 언제 어디서나 공격을 감행하고 IS에 충성맹세를 한다면 순교자로 추앙받을 수 있고 죽은 뒤에라도 IS의 일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군사적 압박 최대한 분산시키는 게 목적IS의 전략 변화는 지난해 9월부터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이 주요 전환점이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이 2014년 9월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제한적인 공습이었고 민간인에 대한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정밀타격만 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달랐다. 대규모 공습과 시리아 정부군의 지상전까지 적극적으로 공중 지원했다. 또한 IS에 대해 가장 많은 그리고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리아 정부와 협력했다는 점에서 IS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시점에서 IS는 테러의 세계화 전술을 구사했다. 칼리파 국가의 거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압박을 최대한 분산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지난해 10월 31일 이집트에서 러시아 민항기를 폭파했다. 시리아 공습에까지 동참하기 시작한 프랑스에 대해선 11월 파리 테러, 벨기에에 대해선 올해 3월 대규모 테러를 감행했다. 3월 브뤼셀 테러는 러시아 주도 연합군의 공습지원 아래 IS가 시리아 중부 보급 및 교통 요충지 팔미라를 상실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이라크에서도 IS는 최근 본격적으로 세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같은 직접적인 개입보다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민병대를 육성해 지상전을 펼친다는 간접적인 접근법을 견지해 왔다. 이제야 제대로 된 IS 격퇴 군사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주요 전과가 지난 6월 말에 성사됐다. IS가 설립된 곳으로 상징적인 거점인 팔루자 탈환이 이뤄졌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불과 60㎞ 지점에 위치한 이 작은 도시에 대한 탈환이 IS 격퇴작전이 시작된 지 거의 2년이 돼서야 달성된 것이다.


“방글라데시 등 7개국에 자생 비밀조직”IS는 이제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의 2년여 격퇴작전으로 점령지역의 절반 가까이 상실했다. 정치적 수도인 시리아 북부 라카가 포위공격을 당하고 있다. 경제적 수도이자 인구 150만의 최대 장악 도시인 이라크 북부 모술에 대한 대대적인 탈환작전도 올해 9월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두 도시를 잃게 되면 칼리파 국가 IS는 실질적으로 몰락하게 된다.


하지만 IS가 당하고만 있을 리는 없다. 본토에서 수세에 몰리면 더욱 거센 역공을 펼칠 것이다. 테러를 확장해 존재감을 더욱 과시할 것이다. 칼리파 국가 선언 2주년인 지난달 29일 IS가 조직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활동무대인 시리아와 이라크 외에도 자신들의 조직이 17개국에 더 있다고 과시했다. 리비아·나이지리아·이집트·아프가니스탄·필리핀 등 10개국에는 지부 혹은 충성을 맹세한 거대 조직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터키·사우디아라비아·방글라데시·프랑스 등 7개국에는 자생 비밀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IS가 언급한 19개국에서 모두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해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많은 나라에서 IS를 지지하거나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세기에 설립된 알카에다와는 달리 21세기 테러조직인 IS는 사이버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세력이다. 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100여 개국에서 3만여 명의 청소년이 IS의 거점인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했다. 이를 막기 위해 2015년 11월 만장일치로 통과한 유엔 안보리 척결 결의안에 의거, 국제사회가 테러전투원의 이동을 적극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이 어려워진 이들이 자국 내에서 자생테러 조직 그리고 외로운 늑대로 IS 동조 테러를 감행할 것이 자명하다. IS는 이제 동참해야 할 조직이라기보다 따라야 할 이념이자 현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위층 자제들이 감행한 방글라데시 레스토랑 인질 학살은 그 시발점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amirs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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