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112㎝ 기억해요…끔찍한 학대에 숨진 신원영 군의 키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모의 잔인한 학대 끝에 숨진 후 암매장된 7살 ‘신원영 군’을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7살이라곤 믿기지 않는 왜소한 체구로 모진 학대를 견뎠을 원영이를 추모하며 다시는 이같은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경찰은 ‘아이들의 키를 재어 보아요, 기억해야 할 숫자 112’라는 문구를 담은 112㎝짜리 키재기 줄자 형태의 포토존을 제작해 이달 중순부터 아이·부모가 자주 찾는 경기도내 문화센터·어린이도서관 앞에 설치할 계획이다. 귀여운 얼굴의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가 줄자 옆에서 손을 뻗어 마치 키를 재주는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이다.

112라는 숫자는 언뜻 경찰 신고전화 번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될 당시의 원영이 키다.

포토존에는 직접적으로 원영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112 바라봐야 할 높이, 기억해야 할 숫자’ 등 문구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포토존 형태가 아닌 간소화된 형태의 112 키재기 줄자도 따로 제작해 공동주택 단지내 놀이터 등에도 부착할 계획이다. 포토존·키재기 줄자 등은 원영이 표상인 셈이다.

기사 이미지

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故신원영 군

기사 이미지

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故신원영 군

기사 이미지

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故신원영 군

그동안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은 대부분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포토존은 장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부산지역에서는 자동출입문이 열리면 바닥에 쭈그린 채로 비를 맞고 있는 아동에게 우산을 씌어주는 장면이 연출되는 아동학대 예방 광고물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원영이와 같은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포토존 등을 기획하게 됐다”며 “112㎝ 원영이 키의 112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숫자”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화장실에 있는 게 싫어요" 원영이 끝내 주검으로…



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도현석 현장조사팀장은 “포토존과 같은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통해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한 번 뒤돌아보는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원영이에게 가해진 계모 등의 학대는 지난해 11월부터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갇힌 원영이는 밥을 굶기 일쑤였고 한겨울 몸 위로는 찬물, 심지어 락스 원액이 뿌려지기도 했다. 학대로 신체 곳곳에 골절상을 입었지만 병원 치료 한번 못 받았다. 원영이는 만성 영양실조·골절에 의한 내부출혈·외상으로 인한 피부출혈·저체온증 등 복합돼 결국 올해 2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원영이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