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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한 황강댐 방류…긴장감 흐르는 군남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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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황강댐 물을 방류한 6일 오전 군남댐에서 “걱정되어서 나와 봤다”는 한 주민이 수위를 지켜보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국방부는 6일 오전 6시쯤 북한이 황강댐 물을 방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황강댐 방류를 우리 측에 통보하지 않았다.

황강댐은 군사분계선(DMZ)에서 북쪽으로 42.3㎞ 떨어진 임진강 본류에 있는 댐이다. 저수량은 3억~4억t 정도다. 북한 황강댐이 방류해 많은 물이 갑자기 내려오면 임진강 하류인 연천군 일대의 침수피해가 우려된다.

군은 6일 북한 황강댐이 이날 오전 6시16분쯤 방류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연천군 등 유관기관 등에 이를 긴급 통보했다.

이에 연천군은 남방한계선 부근 횡산수위국(필승교)의 수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상 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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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9시 40분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 임진교에서 주민들이 임진강 수위를 살펴보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군 관계자는 이날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북측으로부터 통보문이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9월 6일 새벽 황강댐을 통보없이 방류해 임진강변에서 야영과 낚시를 하던 우리 국민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북은 2009년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이 황강댐 방류 시 사전통보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5월에도 예고 없이 두 차례 황강댐 물을 방류해 어민들의 생계 수단인 어구가 유실되기도 했다.

북한의 황강댐 방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임진강 최전방 남방 한계선인 횡산수위국(필승교) 수위는 6일 새벽 사이 다시 상승해 2m를 넘었다.

이날 새벽 필승교 수위는 한때 2.21m까지 올라갔으나 하강세를 보여 오전 7시 기준 2.04m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날 오전 8시 현재 저수위는 2.02m이었고 오전 10시 현재 1.95m 를 기록중이다.

필승교는 수위가 1m를 넘으면 ‘관심’단계, 2m를 넘으면 ‘주의’단계로 홍수주의보, 7.5m를 넘으면 ‘경계’단계로 홍수경보가 각각 발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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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9시56분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전망대에서 인근 주민들이 불어나는 수위를 지켜보고 있다. 주민들은 “어제(5일)보다 물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문규 기자

북한 황강댐에서 50여km 떨어진 군남댐은 5일 밤부터 방류량을 조절하며 26m대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방부가 북한이 황감댐 물을 방류했다고 밝힌 시간에서 30분이 지난 오전 6시 30분 기준 수위는 26.89m였다.군남댐 수위는 지난 5일 오후 5시 10분 최고인 27.88m를 기록했다.오전 8시 수위는 26.8m였다.

이날 오전 군남댐에는 연천군 주민 20여 명이 임진강 수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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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황강댐 물을 방류한 6일 오전 군남댐에 나온 인근 주민이 자신이 받은 긴급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조문규 기자

박경재(71ㆍ연천군 전곡읍)씨는 “걱정되어서 나와봤다”며 “물은 어제보다 물살도 세지고 양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군남댐 전망대에서 임진강 수위를 지켜보던 이상호(78ㆍ연천읍 와촌리)씨는 “걱정이 되어서 8시쯤 이곳에 왔다”며 “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황강댐 방류 소식을 통보받은 연천군과 파주시는 긴급재난상황실을 가동했다. 또한 임진강 주변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3차례에 걸쳐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경찰 또한 임진강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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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황강댐 방류 소식이 알려진 6일 오전 군남댐에서 수문을 통해 물을 내려보내고 있다. 군남댐에 설치된 안전유리에 ‘괜찮아 다 잘 될거야’라고 적혀있다. 조문규 기자

이날 오전 9시 40분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 임진교에서 임진강 수위를 점검하던 연천소방서 이상덕(45)소방정은 ”수위가 어제 보다 높아졌다“며 “상황대처를 위해 기동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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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군남댐에는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조문규 기자

오전 10시44분 군남댐 지역에 사이렌이 울렸다. 이어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임진강 상류지역 수위가 높아지고 유속이 빨라져 대피경보를 발령합니다. 물 주변에 계신분들은 지금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바랍니다.군남홍수조절지사무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국토교통부 수자원개발과 K-water 임진강 건설단은 “현재 임진강 유역 수문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24시간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군남홍수조절지와 임진강 유역의 제방은 홍수에 범람하지않도록 설계돼있지만, 제방 안쪽의 하천변에서는 급격한 수위 상승이 있을 수 있어 하천주변과 하천에서의 활동을 자제해줄 것을 지역주민들과 행락객들에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K-water에 따르면 500㎥/s의 유량을 방류한다면 약 9시간, 5000㎥/s의 유량을 방류한다면 5시간 내에 군남댐에 도달한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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