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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64mm 물폭탄…승용차 급류 휩쓸려 한동네 4명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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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강원도 정선군 남면 광덕리 하천에서 소형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린 채 발견됐다. 이 차에는 마을 주민 4명이 타고 있었으나 모두 실종됐다. [뉴시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경기도 가평에 5일 하루 268㎜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장마 북상, 춘천 어제 240㎜ 내려
임진강 수위 2m 넘게 올라가 긴장
북한 황강댐 기습 방류할까 우려
오늘은 남부도 10~40㎜ 내려

5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폭우로 강원도에서 4명이 실종되고 126가구, 232명이 긴급 대피했다. 비닐하우스 20동을 비롯해 농경지 733㏊도 침수됐다. 또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6개 공항에서 항공기 86편이 결항됐고 9개 항로 여객선 15척도 발이 묶였다.

특히 경기도 북부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이날 가평에서는 한때 시간당 64㎜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경기도 연천·파주 임진강 일대에서는 북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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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연천 남방한계선 부근에 있는 임진강 횡산수위국(필승교) 수위가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준비’ 단계인 1m를 넘어서면서 강가 주변 행락객 등에게 15개 경보시설에서 대피방송을 했다. 오후 4시10분 필승교 수위는 2.29m로 최고를 기록한 뒤 조금씩 내려가고 왔다. 군남댐 관계자는 “‘관심’ 단계의 경우 필승교 수위가 7.5m를 넘어야 발령되는 만큼 아직은 다소 여유가 있다”면서도 “다만 북한의 황강댐 기습 방류 등으로 필승교 수위가 갑자기 불어나면 하류에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황강댐이 만수위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무단으로 방류할 가능성이 있어 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저수량이 3억5000만t인 황강댐은 군사분계선에서 42.3㎞ 거리의 북한 임진강 본류에 있다. 지난 5월 중순에도 두 차례 무단 방류하는 바람에 연천·파주 어민들의 어구가 떠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호우경보와 호우주의보가 잇따라 발령된 가운데 피해가 이어졌다. 5일 오전 3시쯤 강원도 정선군 남면 광덕리 하천에서 소형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린 채 발견됐다. 이 차에는 운전자 김모(79)씨와 권모(75·여)·이모(66·여)·유모(59·여)씨 등 마을 주민 4명이 타고 있었다. 발견 당시 차량 안에는 탑승자가 없었다. 이들은 4일 오후 9시쯤 마을 경로당에서 민요 연습을 마친 뒤 김씨의 차를 타고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700여 명을 투입해 하천 주변을 수색했다. 충북에서는 4일부터 5일 오전 7시까지 최고 196㎜의 비가 내리면서 농경지 침수와 토사 유출 등 피해를 봤다. 폭우가 계속되자 춘천댐과 의암댐은 올 들어 처음으로 수문을 열었다.

서울도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5일 오후 1시7분쯤 동작구 흑석동의 한 모델하우스 건물과 접한 보행로가 내려앉았다. 오전 4시쯤엔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단지 2000여 가구에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오전 9시10분부터 잠수교 통행도 제한됐다.

장맛비는 7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뒤 8일부터 소강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5일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7일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에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6일 밤까지 중부지방엔 30~80㎜의 장맛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남부지방도 장마전선에서 발달한 비구름의 영향으로 때에 따라 비가 내릴 전망이다. 남부지방의 예상 강수량은 10~40㎜다.

한상은 기상청 위험기상대응팀장은 “그동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데다 앞으로도 많은 비가 예상되는 만큼 산사태나 축대 붕괴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첫 태풍도 북상 중이다. 괌 인근에서 북상 중인 제1호 태풍 ‘네파탁(NEPARTAK)’은 이번 주말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네파탁은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37m인 중형 태풍으로 5일 현재 시속 33㎞로 대만 쪽을 향해 이동 중이다.

전영신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장은 “네파탁이 10일 오후엔 제주도 남서쪽 350㎞ 해상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11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매우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네파탁은 미크로네시아가 제출한 태풍의 명칭으로 용맹한 전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전익진·정용수·박진호·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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