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들이 황무지를 일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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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균 7번씩이나 감옥을 드나든 전과자 53명이 신앙으로 한데 뭉쳐 황무지에 새삶을 일군다.
경북달성군 가창면옥분동 255「오네시모 재활촌」.
옛로마의 흉악범이었으나 사도 「바울」 의 전도로 신앙에 귀의해 새사람이 됐던 「오네시모」의 발자취를 따라 한때 범죄의 구렁텅이에 발을 디뎌 사회서 버림받았던 인생들이 신앙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현장이다.
이들이 이곳에서 재활의삽질을 시작하기는 지난2월.
53명의 식구들은 대장 이창환씨(37)와 감방에서 인연을 맺었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한데 모인 서러운 전과인생들.
『2만5천평의 버려진 하천부지를 5백만원을 주고5년간 빌었읍니다. 2년 내에 모두 논과 밭으로 개간, 농사를 지으렵니다』
굳은 의지를 밝히는 이대장.
올 한해 자갈밭 3천5백평을 개간, 1천5백평의 발과 2천평의 논으로 만들었다.
밭에는 채소를 심어 그동안 식구들의 부식을 자급했고 논은 내년부터 농사를 시작할 예정.
밭에는 또 지난10월 배추와 상치를 파종, 내년봄3백만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숙소는 땅주인이 10여년 전 양송이 재배를 할 때 재배장으로 쓰던 가마니와 거적으로 꾸민 35평짜리 블록가건물.
한달 53명식구의 최소 생활비가 3백여만원 개간·농사일의 한편으로 날품노·동으로 생활비를 조달했다.
『겨울날일이 우선은 큰 걱정입니다. 수감생활중 병을 얻어 간경화증·결핵을 앓고있는사람등 환자가 세사람이 있는데도 약한첩 못쓰고 기도만 올리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아파요』 대장 이씨는 유복한 가정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77년 수억대의 유산을 상속받아 한때 대구서세차장·정비공장·룸살룽 등을 경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처지.
그러나 고교때부터 폭력서클에 가담, 허랑방탕한 생활이 몸에 밴 이씨의 사업은 2년만에8억원의 부도로 끝장났다.
4년형을 살고 83년12월 출소한 그는 새사람이 되어있었다.
단한번의 인생를 이렇게 살수는 없다. 그가 복역 중 미국으로 이민간 삼촌이 대구시내 요지에 3백평의 땅을 그의 앞으로 남겨놓고 떠났다.
싯가2억5천만원.
그는 땅을 팔아 무엇보다 보람있는 시급한 사업에 착수했다. 바로 자신이 감옥에서 만났던 뿌리없는 전과인생들의 재활정착사업.
자신과 함께 감옥에서 나온 17명동료를 모아 「소망회」 를 만들었다. 땅판돈으로 대구시내에 목공소와 봉제공장·철공소 겸 간판제작소를 각각 차렸다. 복역중 배운 기술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소문을 듣고 하나 둘 찾아든 동료가 한때는l백57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불황에다 기술부족까지 겹쳐 사업은 1년6개월만에 2억5친만원 밑천을 모두 날리고 회원들도 하나 둘 떠나 남은 회원이 53명.
출소자를 교화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안정된 환경과 인정의 감싸줌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이씨는 지난1월부터 대구시 대명교회에 나가 신앙을 가졌고 친지들에게 구걸하다시피해 5백만원을 마련, 시골에 가서 재활촌을 시작한 것.
『처음 왔을 때는 마을 주민들이 전과자 집단이란 선입관 때문에 배척을 했지만 그동안 동네농사일 등 궂은일을 도맡다시피하며 우리들의 바로 살려는 의지를 보여 이제는 주민들도 이해를 해주고 도와주려는 분위기입니다』
이씨는 교도소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출소자의 재활정착을 돕는 편이 범죄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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