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 메이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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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전업체 메이디 모습 [사진 메이디 홈페이지]

중국 기업이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의 주인이 됐다.

독일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Kuka)의 최대주주인 보이트(Voith) 그룹이 보유지분 전량(25.1%)을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 그룹에 넘기는 건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거래로 메이디는 쿠카 지분을 기존의 13.5%에서 38.6%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인수가는 주당 115유로, 총 12억 유로(약 1조5300억원)다. 2014년 12월 주당 50유로에 쿠카 지분을 인수했던 보이트그룹은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게 됐다. 에퀴넷의 애널리스트인 홀거 슈미트는 "인수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미래 가치가 큰 독일 기업의 선진 로봇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쿠카의 매출은 30억 유로였다.

쿠카는 일본의 화낙, 야스카, 스웨덴·스위스의 ABB와 함께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회사로 꼽힌다. 벤츠 등 독일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에도 로봇 제품과 부품을 공급한다. 중국 기술산업 전문매체인 로봇망(OF week)의 애널리스트인 판 웨이는 "그동안 중국 로봇시장은 외국 기업이 주도했지만 자체 기술력을 확보함에 따라 쿠카는 선도주자의 우위(First-mover advantage)를 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13년부터 세계 최대 로봇시장으로 부상했다. 매년 로봇 수요는 3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로봇연합회(IFR)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세계 산업용 로봇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유안타 증권의 줄리엣 리우 애널리스트는 "가전 생산라인 자동화를 위해 쿠카 로봇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급증하는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전기청소기 등 200여 종의 가전을 생산하는 메이디는 주력 사업인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11% 줄었다.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산업에 주력하는 메이디 팡훙보(方洪波) 회장은 "인공지능 개발, 스마트 하드웨어 구축, 스마트 제조 및 생산은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미래 산업이 중국의 손에 넘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미코 후오타리 연구원은 “독일은 (산업적) 리더십을 어떻게 유지할지 걱정한다”라며 "중국이 자국 시장 개방에는 소극적이지만 해외에서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카는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4.0프로젝트’ 관련 핵심기업 중 하나다. 메이디의 팡 회장은 "쿠카 인수는 중국으로의 사업 확장을 돕고 성장을 위한 상생의 길"이라며 "쿠카의 독립 경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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