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웅크렸던 맹수가 이빨을 드러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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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4강전 3국> ●·스 웨 9단 ○·탕웨이싱 9단

7보(84~101)=스웨와 탕웨이싱이 마주앉은 대국좌석 측면으로 탁자가 놓여있고 거기, 대국의 수순을 기록하는 안정기 초단과 초시계로 대국자들의 시간을 체크하는 박지연 4단이 앉아있다. 세계정상급 프로들의 대국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부가 된다. 최근거리에서 대국 수순을 기록하고 계시하면서 초일류 프로들의 승부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일은, 어린 프로들에게 인기가 높다.

안정기는 지난해 5월 LG배 본선에서 중국의 강호 천야오예를 꺾고 세계대회 연속 진출을 기록한 여세를 몰아 입단에 성공한 루키. 박지연은 지난해 여류국수를 거머쥔 여자바둑계의 푸른 별이다.

웅크렸던 맹수가 84로 이빨을 드러냈다. ‘참고도’ 흑1의 섣부른 그물은 백2 이하 8까지, 흑 대마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다. 스웨는 85의 호구 활용으로 방어막을 쳐두고 87로 씌운다. 찔러온 백을 잡겠다는 뜻은 아니다. 88부터 100까지 사납게 달려드는 맹수의 이빨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둔다는 의미. 물론, 좌상 쪽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를 향한 노림도 여전히 살아있다. 백A, C로 나가 끊는 수는 흑B, D로 좌상 쪽 백의 몸통이 떨어져 안 된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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