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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안전성 밝혀졌는데 근거없는 주장 확대·재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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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 푸드라이터(시아스 이사)

최근 농촌진흥청의 유전자재조합 벼 개발을 계기로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GMO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도 확대·재생산 중이다.

전문가 칼럼│최낙언 푸드라이터(시아스 이사)

GMO는 1996년 미국에서 처음 상업화된 이후 20년 이상 사용돼 왔다. GMO는 농업 역사상 어떤 작물보다 더 많은 검사·감시를 받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규제 기관이 GMO와 관련식품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토한 뒤, 식품·사료·인체·환경에 미치는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내린다.

미국과학한림원(NAS)은 최근 발표 자료에서 농업생명과학 분야에서 지난 20여 년에 걸친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GM작물의 안전성은 일반 식품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이전에도 GMO의 안전성 검증 결과가 헤아릴 수 없이 발표됐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감이 더 높아지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소비자 중에는 유전자, 즉 DNA가 일반 작물에는 없고 GMO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GMO를 먹으면 우리 몸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질병이나 암에 걸린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새를 잡아먹으면 날개가 생기고, 물고기를 먹으면 아가미가 난다’는 것만큼 황당한 얘기다.

GMO에 대한 뿌리 깊고 광범위한 오해는 그만큼 우리가 유전자 현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방증이다. 식품의 원료는 식물·동물이다. 모든 생명은 세포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세포에는 수천, 수만 개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우리가 한 스푼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수십조 개의 외래 유전자를 섭취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병원성 세균·바이러스의 유전자도 포함돼 있다. 이런 음식을 매일 먹는 우리가 멀쩡한 것은 음식은 물론 세균·바이러스도 몸속에 들어오면 분자 단위로 완전히 분해돼 몸에 영향을 전혀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다수가 불안해하는 GMO는 다른 육종(育種) 기술을 통해 얻은 작물에 비해 유전자의 변형이 훨씬 적다. 많은 사람이 일반 작물은 조상의 유전자를 순수하게 그대로 유지하고 GMO의 유전자만 변형됐다고 잘못 알고 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진화의 결과물이고 진화는 유전자 변형의 결과다. 우리가 마음 놓고 먹는 농산물도 인간이 유전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물이다.

GMO기술은 인류가 만든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다. 고구마도 따지고 보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GMO다. 자연에서 이미 수십억 년 전부터 세균·바이러스가 식물 유전자에 전이되던 기술이 바로 GMO기술이다. 생명공학자가 자연의 기술을 모방해 쓰고 있는 셈이다.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은 자연계에선 이미 존재해 온 현상이다. 수만 개의 유전자 중 1~4개의 유전자가 옮겨진 GMO는 특별할 것이 없다.

대중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GMO에 대한 일방적 반대에 앞서서 한번쯤 진지하게 GMO 기본 지식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GMO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