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일대 조선성 사라져간다"|왜군이 쌓은 성은 거의 사적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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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상도의 바다를 격한 국경지대였던 남해안일대엔 해안선을 따라 조선성과 왜성이 밀집해 있었다. 조선성은 일찌기 왜구들의 침략에 대비해 한국인들이 쌓은 성이고 왜성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들이 세운 성. 지금 왜성들은 대개가 사적으로 지정받아 보존되고 있는 반면 조선성은 멸실위기에 놓여있다.
사적으로 지정된 왜성들은 울산 학성(사적9호)을 비롯해 기장 죽성리성(52호), 물금 증산성(63호), 웅천 안골리성(53호), 사천 선진리성(50호), 김해 죽도성(51호), 승주 신성리성(49호), 귀포 왜성(6호), 부산진성(7호)등 9개소.
이에 비해 국경의 요새지로 군대를 주둔시켰던 조선성(진성)은 이제 그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파괴됐다. 병마절도사가 주재하던 주진인 울산의 경상좌도병마절도사영(병영성)을 비롯, 거진(첨사주재)인 가덕·장조(남해도)와 제진(만호주재)인 천성포(가덕도), 안골포·옥포(거제도), 지세포(거제도), 평산포(남해도), 영등포(거제도), 제포(용천), 염포(울산)등 10여개소의 성은 형편없이 파괴됐으며 조나포(남해도), 사량진(통영), 포이포(양산), 서평포(양산), 다대포 (부산)의 성은 흔적조차 없어졌다.
이를테면 울산의 왜성인 학성은 사적으로 지정, 그런대로 보호되고 있는 반면 그 건너편의 조선성(주진)인 병영성은 임란당시 왜장인 가등청정이 학성을 쌓을때 이성을 허문 돌로 쌓은 바람에 크게 황폐화된데다 그후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해 그 흔적이라도 찾으려면 한참 헤매야할 정도.
또 웅천의 제포성에 가보면 성돌로 담쌓고 둑 쌓은데다 나머지 돌은 여기저기 뒹굴고있어 보기에도 민망한 상태
경남대 박종대박물관장은 『이땅을 지키려 한 호국의 정기가 서려있는 유적들이 한심할 정도로 파괴돼있다』면서 『더이상 예산타령만 할것이 아니라 시급히 보존책을 세워야하며 그것도 힘들다면 역사현장의 위치라도 잊지않도록 사적비라도 세워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울산시는 최근 병영성의 역사적 가치를 중요시, 사적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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