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퍼스트 레이디는 「장외 대결」|제네바서 첫 대면하는 「낸시」와 「라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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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19,20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들과는 별도로 불꽃 튀는 「이미지 대결」을 준비하고있다.
내조 잘 하기로 소문난 두 퍼스트레이디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낸시 여사>
오래 전부터 드레스와 겨울용 부츠를 챙기고 소련에 관한 서적을 탐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신장 1백62cm, 몸무게 47kg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낸시」여사(62)는 「미국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국민들의 인기도 좋다.
미국 퍼스트 레이디의 존재는 대단하다. 세계 최대의 권력을 쥐고 있는 미국 대통령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기 때문이다.
특히「낸시」여사의 「레이건」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최근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궁지에 몰리자 「낸시」 여사가 옆에서『그건 검토중이라고 대답해두세요』라고 귀에다 속삭이자「레이건」이 그대로 대답, 궁지를 벗어나기도 했다..
「낸시」는 「레이건」이 코의 피부암을 수술했을 때도 『암이라는 말을 외부에 하지 말라』고 엄중한 지시를 내려 「스피크스」백악관 부대변인은 시키는 대로 했다가 기자들로부터 곤욕을 치른 뒤 『거짓말장이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들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 가족은 전처 소생을 포함, 2남2녀에 손자도 1명이 있다.
「낸시」의 큰 업적 가운데 하나는 마약퇴치 캠페인. 그녀는 지난 4월에 17개국 퍼스트레이디, 10월에는 31개국 퍼스트레이디를 모아 마약퇴치를 위한 퍼스트레이디 정상회담을 주재하기도 했다.
지난 84년 9월 당시 「그로미코」 소련 외상이 백악관을 찾아와 『대통령께 매일 밤「평화」라고 속삭여달라』고 말을 건네자 「낸시」는 『그러지요. 당신에게도…』라고 가볍게 받아 넘겨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답게 만만치 않은 여성이라는 평판을 받기도 했다.

<라이사 여사>
8개월 동안「라이사」여사(52)는 소련 국민의 호의적 반응을 얻는데 성공한 소련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세련된 퍼스트레이디다. 그녀에 대한 일반적인 평판은 『겸허하고 지적인 느낌』 『패션감각이 뛰어나다』『언제나 온화한 표정』이라는 등 여러 가지다.
흰 셔츠에 줄무늬 원피스를 즐겨 입는 「라이사」는 갈색 머리에 날씬한 키와 몸매를 자랑한다. 흔히 뚱뚱하고 투박한 여성이 많은 소련에서는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부각되곤 한다.
「라이사」처럼 소련 지도자 부인이 국민 앞에 등장하는 일은 소련 역사에서 아주 드문 일이다.
「라이사」를 TV카메라 앞에 등장시키는 것은「고르바초프」의 또 다른 「개혁정책」 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소련 국민들은 TV에서「라이사」를 자주 보지만 나이·출생지 등 아직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모스크바 대에서 「고르바초프」를 만났다』고 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대학교수다』 『서기장 개인 비서다』 『모스크바 대 박사과정에 있다』는 등 소문은 무성하지만 모두 추측일 뿐이다.
「라이사」는 그러나 지난 84년 12월 당시 정치국원이던 「고르바초프」와 영국을 방문한 것을 비롯, 금년 10월에는 서기장 부인으로서 프랑스·불가리아 여행에 「고르바초프」와 동행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매혹의 대사』 『「고르바초프」의 비밀 외교무기』로 보도하고, 복장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했다.
「라이사」는 외국을 방문, 남편의 개인생활을 말과 행동으로 전하면서「변해 가는 소련」을 선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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