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재검토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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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7학년도부터 대입과목을 일부 축소조정하면서 내신반영률을 높인데 따른 부작용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내신공포로 고2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검정고시를 치르느라 자퇴하는 경우는 그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대입세도가 바뀐다는 발표가 나온지 1주일만에 서울의 어느 사립명문에서는 20여명이 자뢰신청을 해와 학교측이 이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내신제도엔 물론 좋은 점이 있다. 대입중심의 편중교육을 지양,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이제도가 필요함은 다 안다.
그러나 거기에는 고교평준화란 절대적인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평준화시책이 뿌리를 못내린채 표류를 하고 있으면서 평준화를 전제로 내신제등 모든 교육제도를 강행하는 데서 갖가지 무리가 빚어지고 있다.
지역간·학교간에 차이가 있고 그차이는 날이 갈수록 좁혀지지않고 벌어지고 있다. 교육재정의 한계를 비롯해서 그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평준화시책에 관한한 당국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두손을 든 형편이다.
가령 지방 P고교에서 내신1등급을 받은 학생이 85학년도 학력고사에서 1백82점을 받은 반면 지방K고교에서 15등급인 학생이 같은 시험에서 2백22점을 받은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내신제에 대한 불신이 그런데서 싹트고 있음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대학간판없이 행세를 못하는 것은 어쨌든 엄연한 현실이다. 뿐더러 학문적인 성취를 더 많이 이룩하겠다는 욕구는 사회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기도하다.
대도시의 이른바 신흥명문고교 학생들이 대입검정시험을 통해 보다 좋은 내신점수를 따겠다고 할때 교사들이 무슨 말로 그들을 설득할지 궁금하다.
내신반영율을 40%로 높이면 비록 등급간 점수차를 현행대로 놔둔다해도 2동급이하의 학생들이 불리해질것은 뻔하다.
대입과목의 조정에 따라 찬밥 신세가된 제외과목 교사들의 딱한 사정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과목조정의 목적이 학생들의 불필요한 학습부담을 줄여주는데 있다면서 내신반영률을 높여 어느 한 과목도소홀히 못하도록 한것 자체가 우선 납득하기 어렵다.
내신성적 산출과정에서의 공정성여부 또한 문제다. 교사들의 신실성과 공정한 평가이상 바람직한 것은없다. 교사들을 믿지못하고 누구를 믿겠느냐는 말도 있다지만 교육현장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수 있는가.
다 알다시피 중위권에서 입시경쟁은 그야말로 치열의 극치를 이룬다. 단 1점의 차로 「천당과 지옥」이 갈리는 판에 단 한점을 더따기위해 치맛바람과 같은 변칙수단을 쓰는 것을 마냥 나무랄수만도 없는일이 아닌가.
대학입시는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가리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대학자신이어야하는게 원칙이다.
이 자명한 원칙이 왜곡된데서 부터 그많은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해서 과언은 아니다.
크게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개혁의 과중에 있다. 21세기를 내다본 교육제도를 마련하기외해 심의회구성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룩한 성과를 따지는 일은 성급하겠지만 아직까지 개미쳇바퀴돌듯 하고 있음은 안타까운일이다. 임기응변식으로 제도의 보완이나 땜질에만 급급하지 말고 우리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부터 설정, 그 큰테두리속에서 모든 대입 교육제도를 재검토할것을 촉구하는 소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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