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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찬반논쟁 중계|「과외금지」계속해야하나 풀어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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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행15년을 지난 정부의 과외금지조치가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의대정부질문에서 비롯된 과외논의는 일반에 찬반논의로까지 번졌다.
「철저히 금지한다지만, 돈있는 사람은 다하지않느냐」는 불신에서 「공부하는 것도 죄로 다스리는 나라가 어디있느냐」는 비판논의까지 새삼일고 있다.
이에 놀란 정부관계기관은 「빈부계층간의 위화감을 해소하고 학교교육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과외급지조치는 늦출수없다」고 펄쩍 뛰었다.
학부모와 당국자의과외급지조치에 대한 토론을 마련했다.
▲정광진변호사=요즈음 지상에 과외부활문제가 활발히 거론돼 학부모의 한사람으로 관심이 많습니다.
솔직이 저는 과외가 부활되기를 바라는 쪽입니다.
어떻습니까.
▲김인숙교장=과외부활을 검토한다는 신문기사에 일선교장인 저로서는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늘 정부당국의 공식 부인발표를 듣고 다소안심은 했읍니다만 도대체 왜 이런논의가 새삼스럽게 나오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김예숙씨=과거 과외금지조치는 극성과외의 폐단이 많아 개선책으로 마련된 것이고 부활논의는 금지에도 부작용이 많으니 다시 개선하러는것 아닙니까.
▲김교장=교장으로서 과외부활은 절대 반대입니다. 과외금지를 해제하면 큰 문제가 생김니다. 5년전 상황을 상기해보면 다시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교육정상화가 정착단계에서 이에 역해하지 않나해서 놀랐읍니다.
▲정변호사=충격이라 표현하시니 구체적 이유는 차차 듣고로 하고 우선 한말씀드리겠습니다. 과외금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시각을 넓혀보면 금방 명백해집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정책중 비판받아야할 부분이 많지만 그중 과외금지정책이 가장 먼저 재고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교실장=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문교부로서는 과외금지는 재검토의 대상이 아닙니다.이싯점에서 재고는 있을수 없습니다.
▲정변호사=과외가 과열되고 문제점이 있다면 그 부작용을 검토하고 줄이고 완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문교책이지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교육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정책이나 해결책이 될수는 없는것 아닙니까.
▲김교장=오는길에 어떤 모임에서학부모 20여명과 만났는데 온통 큰일났다는 것입니다. 한분도 부활에 찬성하는 분은 없었습니다. 일선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변호사=폐해가 심하다고 우리가 교육을 포기할수는 없는 일입니다. 과외도 공부하는 것이고 바로 교육아닙니까.
우리가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자유경쟁인데 과외금지는 이를 부인하는 것 아닙니까.
당국은 과외의 단점을 보완하고 폐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힘을 써야합니다.
▲김예숙씨=과외를 일부라도 완화하면 과거의 페단과 과열현상이 재연된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교장=물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정변호사=다소 폐단이 살아나더라도 과외금지는 풀어야합니다. 표면적으로 과외금지는 학부모 부담경감과 위화감해소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변에는 중·고교교육과정을 경시하는 사고방식이 있기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중·고교는 단순히 거치는 과정으로 교육잘해야 수출이 느는것도 아니고 당장 첨단과학기술이 나오는것도 아니라는 그릇된 생각말입니다. 어떤방법으로든 공부를 더하면 할수록 좋다는 생각이있다면 아마 과외는 금지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김교장=변호사님 말씀을 반박좀해야겠어요. 과외금지가 공부못하게하고 자유경쟁이란 기본원리에 어긋난다는 말씀이 얼핏보면 옳은것 같지요. 그러나 사회가 복잡다기해지고 인구가 많다보면 원리원칙보다 그때그때 국가사회를 둘러싼 상황에 따라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게 되고 그예가 바로 과외금지조치입니다. 원리원칙대로 적용하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게 5년전 상황이었잖아요.
▲정변호사=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있는 사람이 더 잘사는것은 어쩔수 없는일 아닙니까. 부유층이 흥청거리고 다니는것은 규제못하고 남은 집이 없어서 껄껄매는데 2백평, 1천평짜리집에서 떵떵거리는 것은 왜 규제 못합니까. 있는 사람이 과외기회가 더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걸 어떻게 법으로 막습니까. 더 배운 결과로 얻어지는 열매는 결국 사회로 환원된다는 것도 알아야 됩니다.
말끝마다 자원없는 나라로 인적자원밖에 내세울게 없다고 하면서 앞서가는 사람 발목 붙잡지 말고 뒤떨어진 사람 이끌어주는 쪽으로 정책이·바뀌어야지요.
▲김교장=피상적으로는 옳은 얘기입니다. 자유경쟁의 타당성 보다 부작용때문에 실정에 따라 기본원칙이 깨지게되면 통제가 필요하지요.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더욱 통제가 심합니다.
과외는 일본이 제일 심하고 그다음이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는 일제의 뿌리가 남아있는 셈이지요.
▲김예숙씨=학교교육에 문제가 있는것 아닙니까. 학교에서 제대로 못가르치니까 자꾸 학교밖으로 나가는 것 아닙니까.
▲김교장=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오래 붙장아 앉혀두는 시간에 비례해서 실력이 향상되는줄 아시는데 그것은 잘못입니다. 우리학교는 절대 학생들을 정규시간외에 오래 붙잡지 않습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고있는데 억지로 공부시키는 학교보다 효과가 훨씬 큽니다.
▲이실장=과외해소책으로 학교에서 보충수업읕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이용하면 뒤떨어진 과목도 향상시킬수 있읍니다.
▲정변호사=저는 과외금지를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비유합니다 (김교장웃음). 그때도 사회상황으로는 일면 타당성이 있었는지 모르나 역사의 눈으로 보면 웃음거리지요. 그것은 공부하고 배운다는 것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김교장=과열과외라도 공부만 하면 국력이 신장된다는 생각은 오류입니다. 교육은 학교에서 이뤄져야하는데 과외가 성행하면 과외교사한테 시간뺏기고 좋은것 다 배웠다고 학교에서는 낮잠을 잡니다. 입시경쟁은 필요악이지 입시교육이 교육의 전부가 아닙니다.
▲정변호사=교장선생님은 교육정상화를 학교의 교육독점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동 웃음).
▲김교장=그럼 교육은 학교가 하지 누가합니까.
▲김예숙씨싸성적이 떨어진 학생의부모입장에서 보면 과외를 시켜서라도 따라 가도록 하고픈 심정일수 밖에없어요.
▲김교장=학교에서 다하기가 사실 어렵지요.
▲정변사=외교관등 장기 해외거주자 자녀들에게 배려해 주는것은 알지만 그것은 진학의 기회균등배려지 학습능률면의 배려는 아닙니다. 6개월쯤 중병을 앓았던 학생의 부모라면 학습보충을 위해 과외라도 해야하지 않습니까.
자꾸만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지말고 긍정걱 측면도 봐야하지 않을까요.
▲김교장=일부 소수를 구제하려고 정책을 바꾸면 반드시 옛날의 극성 과열과외로 되돌아가게 되고 아무도 못막습니다.
▲이실장=문교부로서는 학생들의 과외욕구를 학교내에 수렴, 해소하기위해 금지첫해부터 계속 연구를 하고있습니다. 보충수업의 허용, 학교방송의 강화도 그 일환입니다.
▲정변호사=과외단속이후 비밀과외가 전보다 더욱 특수층으로 좁혀졌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일아닙니까.
▲김교장=과외를 시키고 싶은 일부학부모가 그런 소문을 내는것 같아요. 처벌이 그렇게 무거운데 누가 과외를 합니까.
▲이실장=대학생들 사이에 「비바이트」란 밀이 유행한다는 말도 들었어요.「비밀 아르바이트」의 준말이라는데 집에서 받은 돈도 그래서 벌었다고 괜히 소문을 낸다는것 입니다.
▲김예숙씨=수입은 전문과의교사가 더많을텐데 금지조치이전의 과외에 소요된 돈은 얼마나 됐읍니까.
▲이실장=공식숫자는 아니지만 과외금지이전 문교부의 당시 1년예산이 1조원을 약간 넘었을때 과외비가 1조원을 상회한것으로 계산된적은 있읍니다.
▲김예숙씨=5년전 과외금지 발표때 신문에 찬성 투고를 했더니 재학중 입대한 학생들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공부하라느냐는 항의 편지를 많이 보내더군요. 대학생들의 데모도 과외금지와 관련있는 것 아닙니까.
▲이실장=대학생 아르바이트 은행·장학금지급확대등으로 학비조달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읍니다.
▲정변호사=과외부활논의 자체는 나쁠것이 없다고 봐요. 결국은 국제경쟁력에서 앞서야하는데 일본·대만에서 극성스럽게 과외를 하는데 우리만 가만 있으면 뒤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실장=학력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가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력이 결코 그들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동남아에서도 과외를 금지시키려고 우리나라 과외금지정책을 배우러 오는 나라도 있을 정도입니다(웃음).
▲김교장=일본등도 과외를 억제하려하나 워낙 기성세대 전통의 힘이거세 어렵다고 하더군요.
▲정변호사=과외의 부정적측면이 있었던것은 사실이고 정부가 고심많이한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과외가 필요한 계층이 있다는것을 고려해서 극성과외아닌 꼭 필요한 사람이 학력보충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안은 나왔으면 하는것이 학부모로서 부탁입니다.
▲김교장=일부과외가 필요한 학생이 있다는데는 동감입니다. 그런 학생도 반드시 학교내에서 교사가 맡아할수있게 해야죠.
▲이실장=비밀과외는 부모가 앞강서 자녀에게 불법을 조장하는 일이란 점을 명심하시고 학부모님들 께서는 학교를 믿고 도와 주십시오. 그것이 곧 자녀의 학력뿐 아니라 인간적 성장을 돕는 길입니다.
◇참석자(무순)
정광진(48·변호사·학부모) 김인숙(62·경기고교장) 김예숙(44·주부·학부모) 이영교(53·문교부 장학편수실장)<정리=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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