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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끄는 무인차 연합 규제 벽 깬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구글이 드디어 나섰다. 그간 무인차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과 축적, 교류에 몰두해 온 구글이 이번에는 무인차를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법적·행정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구글은 최근 운전기사 없이 자율 주행하는 전자동 무인차 시대를 실현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청원 및 관련 입법 로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구글은 완성차 업체는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단히 공유 자동차를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중심의 택시 서비스 업체들과도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미국 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도로교통 안전 문제를 전담하는 고속도로교통안전관리국(NHTSA) 출신의 데이비드 스트릭랜드를 홍보담당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무인차를 둘러싼 법적·행정적 규제와 본격적으로 싸우겠다는 것이다. ‘구글과 그 친구들’이 미국 교통당국을 상대로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상용화 장애물 제거 시동

구글과 제휴 업체들은 성명을 내고 “자율주행 기술은 공공 안전을 강화하고 노인층과 장애인들의 이동성을 높이게 될 것이며, 교통 혼잡을 줄이고 환경의 질을 강화하며 교통 효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무인차의 효용을 지적했다. 무인차 제휴업체들이 공동으로 이런 성명을 발표한 것은 대중에게 무인차가 공공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구글과 제휴사들이 이런 홍보를 펴는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현재의 미국 법률과 행정 기준에 따르면 운전자 없이 완전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법적으로 운행할 수 없다. 미국 교통법상 자동차에는 조종장치와 함께 운전자가 반드시 있어야 도로를 운행할 수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무인차는 탄생할 수 없다. 19세기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사람의 걸음걸이와 같은 속도인 시속 4㎞의 속도 제한을 한 것처럼 신기술이 옛 관행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법적인 장애를 일시 제거하고 무인차 시험주행이 가능하도록 주 의회가 나서서 관련 조례까지 통과시켜 준 진보적인 지역이다. 이 덕분에 구글은 2009년부터 도요타 렉서스 SUV 차량 23대를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와 텍사스주 오스틴 등에서 시험운행하면서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미 교통당국·의회에 본격 로비

하지만 이런 캘리포니아주도 무인차 시대가 다가오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주 의회는 시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려면 핸들·페달(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갖추고 비상 시에 직접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운전면허 보유자가 타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주 의회는 이미 지난해 12월 관련 조례의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로 3만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통사고의 94%는 인간의 잘못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창 활동할 15~29세 연령층에서 교통사고는 주요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 무인차와 관련한 교통안전 문제에 미국의 연방과 주 정부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글은 기존의 교통법과 캘리포니아주 등의 이러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표시해 왔다. 특히 주마다 다른 교통안전 관련 기준과 규제 방식을 통일해 줄 것을 당국에 요구해 왔다.


유인차·무인차업계 이해 일치

구글의 제휴사 목록에는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인 미국 포드, 스웨덴 볼보, 독일 메르세데스는 물론 미국의 교통 네트워크 관련 인터넷 벤처기업인 우버(Uber)와 리프트(Lyft)도 포함됐다. 구글이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와 제휴한 것은 자동차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고 나중에 시장을 공략할 때 힘을 모으겠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구글과 손잡은 배경에는 무인차가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이 유인차와 무인차로 나뉘어 싸우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유인차와 무인차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의도다.

주목할 점은 구글이 교통 네트워크 기업인 우버·리프트와 제휴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구글이 구상하는 미래 자동차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구글이 자신의 야심작인 무인차를 미래 인공지능형 네트워크 택시 서비스와 결합해 미래 자동차 운행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무인차가 거리를 달리거나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의 호출을 받으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차가 달려가 손님을 모시는 방식이다. 구글의 무인차 기술과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기술, 거기에 인터넷 벤처기업의 앱 활용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결합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교통 개념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데몰리션 맨’이나 ‘저지 드래드’에 언뜻 등장하는 미래 도시형 무인차 또는 로봇형 자동차 서비스다.

중국 ‘무인차 원스톱 정책’으로 추격

지난 3월 열렸던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구글의 무인차 최고책임자인 크리스 엄슨은 미국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입법과 행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엄슨은 미국의 23개 주에서 모두 53건의 관련 입법이 이미 이뤄졌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주의 서로 다른 무인차 규제들이 무인차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NHTSA는 오는 7월까지 무인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 정부와 정책 당국자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인차를 움직이는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미국 연방 교통법에서 규정하는 ‘운전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이 방안을 미 교통당국이 받아들인다면 완전히 자동으로 움직이는 무인차가 도로를 정식 주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중국이 이런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무원 공업정보화부(MIIT)는 앞으로 3~5년 안에 무인차가 도심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무인차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 계획에는 무인차 기술 표준 마련과 무인차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교신하는 신호언어의 개발과 함께 행정규제 가이드라인도 동시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발달과 법적·행정적 변화를 동시에 추구해 미국과 같은 시행착오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무인차 원스톱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후발주자의 지혜다.

중앙일보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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