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중간에 끊으면 세균 강해져 안 먹으니만 못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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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돌 된 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살아 병원에 자주 갑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증상이 거의 비슷한데, 의사선생님은 어떤 때는 항생제를 처방하고 어떤 때는 빼고 줍니다. 왜 그런가요? 또 항생제를 많이 먹이면 내성이 생긴다고 하니 처방된 약을 며칠만 먹이고 남기기도 합니다. 제가 잘하고 있는 걸까요.

A.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감기 초기 증상은 거의 비슷합니다. 약간의 열과 콧물, 그리고 재채기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주로 귀·코·목 부위를 잘 침범해 세균을 번식하게 합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이들 부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에 염증이 생겼다면 항생제를 처방하고, 아직 깨끗하다면 좀 더 두고 보는 겁니다. 증상에 따라 코막힘약·콧물약·거담제(가래를 줄이는 약)·진통소염제만 처방합니다.

염증이 있다면 처방대로 항생제를 먹이는 게 맞습니다. 특히 24개월까지는 염증이 갑자기 확 퍼져 폐렴·패혈증 등 중한 병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턱대고 면역력으로 이겨보겠다고 항생제를 멀리하다간 큰일 날 수 있습니다.

항생제를 먹다가 중간에 끊는 것은 더욱 안 됩니다.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됩니다. 우선 몸에 들어간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막을 뚫어 사멸시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균은 또 다른 유전조합을 만들어 항생제에 강한 몸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임의로 항생제를 먹다 안 먹으면 균이 완전히 죽지 않습니다. 내성균은 더 강한 균으로 몸속에 자리잡는 거죠. 아예 안 먹느니만 못한 상황이 됩니다.

또 의사는 아이가 예전에 다른 항생제를 먹은 적이 있는지, 감염이 잘 일어나는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등에 따라 다른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균에 따라 얼마의 용량으로 며칠간 써야 한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기약에 든 항생제는 용량대로 모두 먹어야 합니다. 보통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간 먹어야 균을 완전히 죽이는 항생제도 있습니다.

특히 2006년 2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별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해 약 사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또 항생제 과다처방 시에는 심평원에서 병원에 불이익(진료비 보험 청구료 삭감)을 주니 일부러 과다처방하는 의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열이 37.5도 이하라면 집에서 지켜보는 게 좋습니다. 열을 내리는 약도 이때는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부분 경미한 감기는 1주일 정도면 자연치유력에 의해 회복됩니다. 단, 열이 38도가 넘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귀·코 등에 합병증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또 열이 감기 때문이 아니라 요로감염 등 기타 질환에 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도움말=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선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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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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