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가장 거짓없이 연기”…에릭 “모든 게 만족, 인생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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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엔딩은 기우였다. 닮은 꼴의 상처를 안은 채 만난 오해영(서현진 분)과 박도경(문정혁 분)은 결국 온전히 서로의 사랑을 얻었다. 흥행도 해피엔딩이다. 첫회 2%였던 시청률이 마지막회 10%대에 이르렀다.

아이돌서 배우로 ‘또 오해영’ 두 주연
서 “실제 연애는 고백 못하는 답답이…그래서 더 거침없이 연기한 것 같아”
에릭 “100회까지 했으면” 아쉬움…“이번에 처음으로 연기 욕심 생겨”

tvN드라마 ‘또 오해영’ 얘기다. 자기 표현에 당차도록 솔직한 여자 오해영, 말보다 행동이 믿음직한 남자 박도경의 조합은 특히 20~30대 젊은 여성 시청자의 공감과 설렘을 자극했다. 이를 연기하며 새로운 조명을 받은 두 주연배우를 29·30일 각각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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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에서 연기 호흡을 보여준 서현진과 에릭. 두사람은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소윤(STUDIO 706), E&J엔터테인먼트 제공]

“내가 대본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부분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어요.” 서현진(31)의 말이다. 15년 남짓 활동해온 그를 이번에야 비로소 ‘발견’한 시청자가 적지 않다. “이야기의 한 축은 자존감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 이야기라고 봤어요. 사랑 이야기에서는 내 연애의 민낯을 보여드리자는 각오였어요. 그동안 찍은 작품 중에 가장 정직하게, 거짓 없이 연기한 것 같아요.”

특히 공감한 장면으로는 오해영이 박도경에게 거절당한 심경을 토로하던 대목을 꼽았다. “12회에서 전화로 ‘너한테 너무 쉬웠던 나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나를, 그렇게 쉽게 버리니’ 할 때, 그 장면 연기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많은 분들이 오해영을 좋아해주신 게, 그렇게 다들 생각은 하지만 입으로 뱉지 못한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실제 서현진은 “다가가지도, 다가오지도 잘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려워요. 좋다고 고백도 못하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해주기 바라는 답답이에요.” 어쩌면 그래서 더 오해영을 연기하는 쾌감이 있었을지 모른다. “술도 잘 못하는데 술 먹는 장면이 나오면 아무렇게든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서 거침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는 네 살때부터 무용을 배웠다. 고교 1학년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탁돼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다 연기자가 됐다. 아이돌그룹 신화의 에릭, 그야말로 “대선배” 였던 상대배우 문정혁과는 이번 드라마로 “친구”처럼 됐다. “에릭 오빠가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아요. 마지막회에 서로 안고 돌고 하는 장면도 오빠 아이디어에요.” 오해영을 통해 또렷한 발성과 달변을 드러낸 그는 이후 해보고 싶은 역할로 “말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콧대를 눌러줄 수 있는, 말발이 좋은 캐릭터”를 꼽았다.

에릭, 아니 배우 문정혁(37)에게도 ‘또 오해영’은 각별했다. 섬세한 연기로, 전작 ‘연애의 발견’(KBS·2014)에서 보였던 가능성이 발화했다는 평이 나왔다. 그 역시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간 작품은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는 모든 게 만족스럽다. 내 ‘인생작’이다”라고 말했다.

박도경 역할에 대해서는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도경의 사랑 방식이 그렇다는 뜻이다. “말로 설명하는 건 자기가 돋보이고 싶은 것이지만, 그냥 잘해주는 건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 초반에는 도경의 매력을 보여줄 만한 씬이 없어 고민이 컸지만, 점차 도경의 순수한 매력이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4회에서 오해영이 도경에게 뛰어날아와 안기는 씬을 꼽았다. “서현진씨가 와이어에 매달려서 오랫동안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합도 잘 맞지 않고 어색한 것 같아서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음악과 합쳐놓으니 판타지적인 느낌이 잘 살았죠. 그 씬이 잘 나오는 걸 보면서 이 드라마가 잘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서현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종방연에서 얘기해보니까 같이 일한 사람들이 다 서현진씨를 좋아하더라구요. 착하고, 연기자로서도 강점이 많고요. 앞으로 더욱 잘 되기를 응원해주고 싶어요.”

드라마의 성공 때문일까. “100회까지 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강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기 욕심이 생겼다”는 그는 “다음에는 연기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고 덧붙였다.

이후남·정아람 기자 hoona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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