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M] 미국선 여전사, 한국선 비밀요원…“세계는 생각보다 좁아요” 배우 수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수현은 “유년 시절 미국에 6년 간 살며 익힌 영어가 미국에서의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인 의사 역을 맡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해 주목받은 수현(클라우디아 김·31). 이화여대 재학 중 수퍼모델로 데뷔해 연기자로 활동하다 오디션을 통해 전격 발탁돼 ‘마블의 신데렐라’로 불렸던 이다. 배역은 작았지만 큰 키에 서구적인 외모,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를 영화 데뷔작으로 문두들긴 ‘배포’가 화제였다.

수현의 두번째 글로벌 진출작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드라마 ‘마르코 폴로’다. 13세기 원나라에 온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다룬 드라마로, 2014년 넷플릭스가 일본 등 아시아 진출을 선언하며 내놓은 아시아 맞춤형 콘텐트다. 여기서 수현은 몽골 왕족이자 여전사 쿠툴룬을 연기한다. 회당 100억원, 총 제작비 1000억원(시즌1)의 이 드라마에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몽골 역사 속 인물로 등장해 영어 연기를 펼친다.

시즌1에 이어 7월 1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6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수현을 만났다. 그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모티브가 된 쿠툴룬을 연기하게 돼 무척 기뻤다”고 입을 열었다. 역사 문헌에 나온 쿠툴룬은 아버지 를 따라 매번 전투에 참가하고, 자신과 대결해 이기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포하는 강인한 여성. 수현은 “쿠툴룬은 당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여성”이라며 “시즌2에서 그녀는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주변 남성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로 거듭난다”고 덧붙였다. 승마는 물론 남성과의 거친 몸싸움, 검투 대결이 일상인 쿠툴룬을 연기하기 위해 수현은 주짓수, 양궁, 검술 등 각종 무술을 연마했다.

기사 이미지

‘마르코 폴로’의 한 장면.

‘마르코 폴로’에서 액션 연기 합격점을 받은 수현은 현재 한국 드라마 ‘몬스터’(MBC)에 국정원 비밀요원 유성애 역도 맡고 있다. ‘마르코 폴로’의 촬영지가 슬로바키아, 말레이시아 등이라 그야말로 한국과 전세계를 누비며 촬영 중이다.

그는 “할리우드 대작과 한국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제작 환경의 규모”라고 말했다. “‘마르코 폴로’를 예로 들면 화면에 담긴 모든 게 진짜예요. 진짜 말과 칼을 쓰는 건 물론, 몽골 축제 장면에선 실제 몽골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초빙해올 정도죠. 그래서 연기에 몰입하기 더 수월해요. 촬영 일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빠듯하고요.”

한국과 미국 등을 오가는 일정 탓에 “이젠 시차도 못 느낄 정도”라고 했다. 미국 활동에 전념할 수 있지만, 한국 작품에도 꾸준히 출연하려 노력 중이다. 미국 활동을 할 땐 전형적 동양인 역할은 되도록 피하려 하고, 오디션을 볼 땐 백인 여배우가 맡을 만한 역에 도전한다고 했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미국에선 흔히 저를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생각하는데,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배우로서 할리우드 진출의 꿈이 있다면 어렵게 생각말고 두드려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계는 생각보다 좁아요.”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