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권리선언」싸고 소비자·의료계 대립|"병원 바꿀 땐 진료기록 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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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비자단체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권리선언」초안 설명회가 8일 하오4시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회의실에서 열렸다.
소비자들의 얼 권리를 충족시킴으로써 의료 서비스 풍토를 개선해 나가자는 데 뜻을 둔 이「환자의 권리선언」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회장 김동환)이 지난 2월부터 추진해온 것.
동회가 주최한「의료서비스는 적정한가」라는 세미나에서 발의된 이 「환자…」는 대한법원협회(회장 백락환)·대한간호협회(회장 최연순) 및 관련기관 대표와 법률가들로 기초위원회를 구성, 논의 끝에 전문과 10항으로 된 「환자…」초안을 작성했다.
「건강은 인류의 기본적 소망이며 이를 지키는 의료행위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의료인의 전인격적인 봉사와 은혜적인 시술로써 존경과 신뢰를 받아 왔습니다」로 시작되는 전문은 「의료인과 환자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형평과 호혜의 관계로 정립」할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있다.
선언10항은▲생명·신체·인격을 존중받을 권리▲경제·사회적 지위·연령·성별·질병·국적 등 기타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아니하며 평등한 의료를 받을 권리▲최선의 의료를 받으며 언제든지 의료인 및 의료기관을 선택할 권리▲적법한 자격을 갖춘 의료종사자로부터 의료행위를 제공받을 권리▲필요에 따라 의료인 및 의료기관을 변경함에 있어 자신의 진료에 관한 정보 및 기록을 요구할 권리▲모든 의료행위의 목적·방법·내용 및 그 결과를 충분하게 알 권리▲권리·의무에 관계되는 모든 문서에 서명하기 전에 그 내용을 충분히 알 권리▲모든 의료행위에 소요된 비용 명세를 알고 그에 대한 질문을 할 권리▲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검사·치료, 기타 의료행위를 선택·수락·거부할 권리▲질병과 치료 및 사생활에 관한 모든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으로 돼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측은 전반적으로 시기상조며 「의사의 윤리」 등이 있으므로 구태여 새로, 권리선언을 제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표시했다.
의료계가 특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항목은 제5∼9항. 즉 의료인 변경 때 진료에 관한 기록요구는「의료인 및 의료기관에서 진료상 필요하다고 인장될 경우」에 한하도록 하며, 의료행위에 대한 알 권리 역시 「진료 목적상 의료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한하자는 주장을 폈다.
또 환자의 문서내용에 대한 알 권리가 포함된다면 의료기관의 방침 및 규정 준수 의무, 청구된 진료비를 납부할 의무 및 진료거부나 의료인 지시 불용의 책임은 환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조항도 당연히 삽입돼야 한다는 것.
한편 소비자측은 대체적으로 표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들. 특히 환자가 어린이거나 단독으로 판단이 곤란할 경우일 수가 있으므로 모든 조항에 「환자」대신 「환자 또는 가족」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동환 회장은 『의료계의 호응이 없이도 강행할 방침』이라고 밀하고 각 계에서 보내온 1백여부의 의견서를 참고로 초안을 수정, 빠르면 12월중 이를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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