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계의 국회상위 활동(정치부기자방담)|「격돌」피했지만 불씨는 내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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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의장파동으로 1주일간 공전을 겪고 정상화된 국회상위활동이 끝내기 단계에 왔습니다.
-12일의 소위활동과 전체회의에서의 소관별 예산안처리로 이번 상위기간은 끝나게 됩니다.
-이번 상위는 신민당의 단독등원으로 정상화 된 만큼 여야간격돌이 불가피하리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의외로 순탄하게 진행됐습니다.
-이민우신민당총재가 단독등원결정과 함께 「대화가 아니라 개헌투쟁을 하러 들어간다」 고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야당이 상위와 개헌특위를 연계시키진 않았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민정당측도 다소 얼떨떨하다는 반응입니다. 사실 민정당은 신민당이 운영위에서 처음부터 개헌특위를 들고 나와 모든 상위에 연계시키리라 예상했고 따라서 상임위 예산심의가 잘 안되면 국회의장의 권한을 동원, 예산안의 예결위 강제회부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운영위가 정작 개헌특위문제가 아니라 부의장 파동에 대한운영위원장의 「유감표명」 이란 비교적 경량급 이슈를 놓고 총무들끼리의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다 흐지부지 다시 회의가 속개되고 다른 상위들도 별 탈(?)없이 질 진행됐잖습니까.
-신민당 역시 말로는 강경투쟁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단독등원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당시의 사정이었고 상위에서부터 개헌과 연계투쟁을 벌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동영신민당총무등은 「국민적 분위기도 아직 안돼 있는데 초반부터 어떻게 정치공세를 필 수 있겠느냐. 예결위와 상위가 법행하게 되는 이번주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나갈 것」 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신민당이 개헌특위추진을 위한 뚜렷한 복안을 아직 세운 것 같지는 않아요.
-그 배경에는 신민당내부사정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상 신민당을 좌지우지하는 장외의 두 김씨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김대중씨는 이번 정기국회가 매우 결정적이고 중요한 시기이므로 무언가 얻어내야 한다고 계보의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반면, 김영삼씨는 오히려 내년 3∼4월에 비중을 두고 이번 정기국회를 파국으로 몰고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동교동 역시 아직은 원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데는 마찬가지죠.
-신민당이 대여정치공세의 전략을 못 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개헌투쟁을 할 분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어중간한 입장에서 대여전략을 조정하다보니 이런 양상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사실 신민당지도부는 국민에 대한 개헌약속에 강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나 당내 타당출신의원들의 지구당 요구, 조연하의원등에 대한 징계문제등 만만치 않은 내부적 약점이 있기 때문에 소속의원들을 무모한 대여투쟁에 무작정 몰아세우기도 어려운 입장입니다.
-신민당으로서는 현재 개헌과 원내 둘 다를 버릴 수 없다는데 근본적인 고민이 있는 셈이죠.
그래서「개헌특위」가 아니라도 좋으니 「헌법특위」라도 구성하자는 대여타진이 여당의 실력자들에게 다각적으로 보내지고 있고 심지어 당내 일부에서는 이총재의 청와대 단독회담필요성도 거론하는 실정입니다.
-민정당측도 야당을 절박하게 몰아 붙여 예기치 못한 도전(?)을 유발하고 싶지는 않은 생각이어서 겉으로는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내막적으로는 「내년에 한번 보자」는 언질을 해줬을 가능성도 있고 이것이 이번 국회의 원만한 진행(?)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예상처럼 격돌은 없었지만 이번 상위도 시끄럽지 않았다고는 하기 어려워요.
-그렇습니다. 내무· 법사위같은 데서는 나름대로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봐요.
-내무위에서는 새마을 중앙본부, 수사과정의 가혹행위문제, 육사출신의 공무원 특채등에 대해 신민당의원들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집중적인 공세를 취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정부측의 답변은 너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어요. 가혹행위에 대해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며 있지도 않다』는 당위론만 반복하고 말았지요.
-육사출신 특채문제는 정부측이 「위화감의 우려」를 시인하는 정도로 끝나고 제도개선의 약속은 없었습니다.
-내무위에서 그 동안 부각되지 않고 있던 농민시위 현황이나 학원사태와 관련된 구속자수등 각종 사실이 밝혀진 것은 평가할만합니다.
-박·조의원사건과 의원보좌관 소환문제· 주한미상의학생점거사건의 처리문제등이 산적한 법사위에서의 여야 공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박·조의원을 둘러싸고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이유로 들어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요구하면서 여야 시비가 격발됐죠.
-민정당은 국회법상 국무위원도 정부위원도 아닌 검찰총장은 국회출석 요구대상이 아니며 관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국방위의 참모총장, 상공위의 국영기업체장들도 출석요구대상은 아니지만 국회에 나와 답변을 한다는 점등을 들어 출석을 끈질기게 요구했읍니다.
-출석권고동의안을 신민당측이 발의하자 나중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민정당측이 의제불성립동의안으로 맞서기도 했죠.
-결국 표결 끝에 출석요구는 좌절됐지만 검찰을 보는 야당의 눈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검사의 즉석 구형량인상은 법무장관도 잘못을 인정했죠.
-별 주목을 못 받던 건설위가 골프장에 관한 신민당 김정길의원의 폭로성 발언으로 관심의 대상이 됐어요.
-김의원은 한 달간에 걸친 사전조사로 중부고속도로 주변의 팔당근처, 경기도지역의 골프장 허가에 관해 조사를 했답니다. 김의원은 골프장허가경위와 골프장을 지나가는 중부고속도로의 중도설계변경등에 대해 집요한 추궁을 벌였습니다.
-민감한 부분에 대한 거론에 여당의원들이 특유의 반사작용을 보였고 야당의원들과 한때 욕설을 주고받는 등 험악한 분위기였죠.
-김의원이 이런 발언을 한다는 소식은 정부·여당에 의해 사전에 입수돼 다각도의 로비가 진행됐지만 지난 본회의 강경발언으로 자기주변에서 모종의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고있는 김의원이 발언자체를 거절했다는 후문입니다.
-가장많은 상위에서 가장 자주 거론된 문제는 역시 한미무역마찰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무역문제는 상공·경과·재무위등에서는 물론 국방·내무·농수산·법사·보사위등에서도 제기됐어요.
-상공위에서 정부측은 여전히 문제없다는 태도였고 경과위에서 정부관계자는 「우리의 처지로서는 미측의 요구를 외면하든지 아니면 시장을 개방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말하다가 야당의 질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명한 대처는 생각 않고 외면 못 할 바엔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태도였으니 분노를 살수밖에 없었죠.
-야당측은 국내정치상황과 미국압력간의 관련성을 추궁했고, 정부·여당측은 한미간 무역마찰이 큰 국제조류속의 하나일 뿐 유달리 우리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그러나 대미로비활동의 문제점,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측의 능력등에 대해서는 여야할 것 없이 날카로운 추궁을 했습니다만 정부측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듯 절실한 답변이 없었습니다.
-문공위에서도 학원·언론·출판등 민감한 문제가 많았지만 야당의원원들이 의외로 강력히 추궁하지는 않더군요.
-외무위에서는 남북한최고당국자회담의 가능성에 관해 박동진통일원장관의 시사적인 답변이 있었지만 궁금증만 가중됐어요.
-전체적으로 이번 상위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제기됐지만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진지성 부족은 여전했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결과적으로 국정의 분야마다 여야가 대립할 「문제만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여·야·정부의 능력과 자세는 미흡합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이 국회권위실추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찾고 끌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읍니다.<정리=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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