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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는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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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와 패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뉴시스]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30일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48)씨와 주간지 시사IN 팀장 주진우(43)씨가 제기한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을 선고했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만이 합헌이란 견해를 보였다.

이날 결정으로 별도의 입법이 없는 한 언론인은 자신이 종사하는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아닌 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모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활동도 할 수 있고, 특정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운영하던 두 사람은 같은 프로그램의 멤버였던 김용민(42)씨가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하자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당시 서울 강남을 지역구에 출마했던 정동영(63) 의원의 유세에서 지지연설을 했다는 것도 두 사람의 혐의사실이었다. 이들은 1심 진행 중이던 그해 12월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이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선고가 불가피해졌다.

헌재 다수의견은 우선 “해당 조항의 언론인은 신문·방송·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중 어떤 매체로 한정되는지, 그 매체 내부에선 어떤 기준을 정할지 등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며 “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되는 언론인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또 “언론인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편향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해 선거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명분은 언론 매체를 통한 활동을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이들 조항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다수의견은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일반 시민과 언론인의 경계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보도나 논평의 공정성은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와 관련된 조항으로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반면 소수의견은 언론인의 공정보도의무와 언론이 가져야 할 고도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모든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인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펼쳤다. 소수의견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할 위험이 있고, 직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선거기사 등에 부당하게 활용해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며 “언론인의 선거운동은 종사하는 언론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그 부작용과 폐해가 선거결과에 지대한 형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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