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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미얀마에 물탱크 지어주는 ‘착한 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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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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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판매 수익금으로 미얀마 에 물탱크를 지어주는 ‘카페 아마르’의 박재영씨.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하루에 커피를 몇 잔씩 마시지만, 이 커피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잘 모른다. 커피 수입·유통업체 ‘카페 아마르(cafe amar)’의 박재영(28) 팀장도 그랬다. 소문난 카페를 ‘순례’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지만 커피 산지나 그곳의 환경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었다.

박재영 ‘카페 아마르’ 팀장
오염된 물 마시는 커피 농민들 위해
카페 수익금 나눠 … 올가을 1호 설치

그러다 지난해 우연히 미얀마산 커피를 마시고 반해 공동창업자 이소연씨와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선 주로 케냐나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된 커피를 마시는데, 유럽에서 많이 마신다는 미얀마산 커피도 나름의 풍미가 있더라고요. 가격도 아프리카산에 비해 저렴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원두가 재배되는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미얀마를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커피 농장이 있는 미얀마 만달레이와 사가잉 지방에선 어깨에 양동이를 메고 걷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건조지대인 데다 우물이나 물탱크가 없어 최소 2~3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길어 온 물도 깨끗하지는 않다고 해요.” 이 지역 주민 60%가 집에 화장실이 없고, 20%는 사용하는 물이 오염된 줄 알면서도 식수로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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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깨끗한 물은 필수다. 그런데 정작 커피를 재배하는 주민들은 더러운 물로 인한 식중독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모순.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수를 사서 보내 주면 편리하고 비용도 덜 들겠지만 일회성에 그칠 염려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하는 물탱크를 지어주면 좋겠지만,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수소문 끝에 국제구호단체인 ‘지구촌공생회’를 만났다. 카페 아마르는 지난 4월 지구촌공생회와 ‘생명의 물’ 협약을 맺고, 수익의 일정액을 미얀마 물 기근 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데 쓰기로 했다.

한 마을에 물탱크를 설치하고 물 공급 파이프를 연결하는 데는 약 750만원이 든다. 지금까지의 기부금으로 가을께면 ‘카페 아마르’의 이름을 새긴 1호 물탱크가 미얀마에 지어질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카페 아마르의 커피 원두나 더치(Dutch) 커피를 구입하면 각 1g, 1mL당 1원씩 기부되는 ‘소셜 펀딩(social funding)’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커피를 구입한 카페나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눔의 과정을 공유하려고 해요. 자신이 기부한 돈이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명확히 알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요.”

대학(유통학과)을 졸업한 뒤 의류 수입·판매 등 여러 일을 해 왔다는 박재영씨는 “미얀마 커피를 만나면서 ‘함께 누리는 삶’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점차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더라고요. 앞으로도 맛있는 커피를 공급하면서 커피 산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꾸준히 해 나가려고 합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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