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왕주현 지시" 왕 "지시 안 해" 박선숙 "리베이트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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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선숙, 김수민, 왕주현.

왕주현(52)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이 28일 검찰에 구속됨에 따라 20대 총선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주요 당사자들이 모두 “나는 몰랐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어느 정도 밝혀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혹 3인 “난 몰랐다” 책임 떠넘겨
검찰 “명백한 위법 … 몰랐어도 공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일 검찰에 고발한 핵심 당사자는 왕 사무부총장과 김수민(30·비례대표 7번), 박선숙(56·비례대표 5번) 의원이었다. 김 의원과 박 의원, 그리고 왕 부총장이 공모해 선거공보 인쇄업체 비컴과 광고대행사 세미콜론에 계약 사례비(리베이트)로 각각 1억1000만원과 1억620만원을 받아(정치자금 부정수수) 김 의원이 속해 있던 선거홍보TF 팀원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 고발의 핵심 내용이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이들은 “리베이트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왕 부총장이 처음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운명공동체’였던 이들 세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왕 부총장이 “리베이트를 지시·요구한 적이 없다.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개인 비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왕 부총장은 혐의 사실 전반에 대해 ‘나는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당의 살림살이 전반을 챙기는 역할을 해온 터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이 지난 23일 검찰에 출석해 “리베이트 계약은 왕 부총장의 개입하에 국민의당 지시로 이뤄졌다”며 자신의 책임을 적극 부인하면서 균열은 더욱 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에서 국민의당 상징(PI) 제작 등을 했는데 왕 부총장이 선거공보 인쇄업체 비컴과 계약해 해당 비용을 받으라고 했다. 그때는 그저 당 차원의 포괄적인 계약이라고 여겼다”고 진술했다. 왕 부총장이 시키는 대로 용역의 대가를 제3자인 비컴과 계약해 받았을 뿐 리베이트 사실은 몰랐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의 진술은 당시까지만 해도 ‘김수민 리베이트’라고 불렸던 이번 사건을 당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켰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국민의당이 내부 비리 문제를 이제 막 꽃을 피운 국회의원 한 명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화살은 이 사건 수사에 연루된 최고위급 인사인 박 의원을 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다음날 새벽까지 1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리베이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의원 진술을 왕 부총장에 대한 조사 내용과 대조하며 사실을 확인 중이다. 왕 부총장 역시 구속 이후에도 “리베이트는 모른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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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당이 지급해야 할 돈을 제3자에게 지급하고 리베이트로 지급한 돈까지 실제로 쓴 선거비용인 것처럼 허위 보전 청구한 것 등 위법행위 자체는 이미 명백하다. 당사자가 불법행위인 걸 알았든 몰랐든 범행에 관여했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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