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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학교경찰관 추문 알고도 은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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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경찰청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여고생 2명과 각각 성관계를 한 사건을 일선 경찰서보다 부산경찰청이 먼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경찰청 본청 감찰과도 이번 사건을 이달 초에 인지하고 부산경찰청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부산경찰청은 “지난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폭로 글이 올라온 뒤에 진위 파악에 나섰다”고 해명했으나 거짓으로 밝혀져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여고생 상담한 청소년보호기관
부산경찰청에 가장 먼저 알려
부산청은 “SNS 글 보고 알았다”
본청 감찰과도 이달 초 인지해

28일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연제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이었던 A(31) 전 경장은 1년간 알고 지내던 여고생(17)과 성관계를 가졌다.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이 여고생은 청소년아동보호기관에 이 사실을 털어놨다. 보호기관은 지난달 9일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담당자인 B경위(31)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이 1년가량 이성교제를 지속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B경위는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연락하라고 안내했고 이에 따라 같은 날 보호기관은 연제경찰서에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A 전 경장은 하루 뒤인 지난달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고, 같은 달 17일 사표가 정상적으로 수리되면서 퇴직금을 받고 떠났다.

B경위는 A 전 경장의 비위 사실을 부산경찰청 지휘계통을 따라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B경위는 “성폭행 등 사건이 아닌 경찰관 품위유지 의무 위반 사안이라고 판단해 (윗선 보고 없이)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만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부산청 감찰계는 이달 초 경찰청 본청 감찰과로부터 A 전 경장 연루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을 받고도 내부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모 감찰계장(경정)은 “경찰청 본청 감찰과에서 지난 1일 경찰관(A 전 경장) 퇴직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해 당일 오후에 맞다고 연락해줬지만 (부산경찰청) 윗선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며 “SNS에서 사건이 불거진 시점(24일) 이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거짓말을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연제경찰서가 당초 부산경찰청에 “A 전 경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에야 보호기관의 통보를 받았다”고 허위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제서는 지난달 23일 보호기관이 발송한 공문 내용을 통해 A 전 경장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부산경찰청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A 전 경장의 성관계 사실이 드러난 시점을 전후해 부산경찰청이 학교전담경찰관들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약 한 달 뒤에 발생한 사하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 C(33) 전 경장과 또 다른 여고생(17)의 성관계 사건을 차단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C 전 경장도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9일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겠다”며 사표를 냈고 지난 15일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돼 퇴직금을 챙겨 떠났다. 사하경찰서도 담당 부서 계장이 이 사건을 알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전직 경찰서장 출신 D씨가 두 경찰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SNS에 올렸을 때도 사하경찰서는 “C경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에 사실관계를 알았다”고 부산경찰청에 허위보고했다.

경찰의 도덕성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사건 은폐 사실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철저한 감찰과 내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잘못된 일이 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차후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감찰팀이 부산에 급파돼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강승우 기자, 박민제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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